영화이야기
만약에 시간을 쪼갤 수 있다면... 테넷TENET
2020.11.30※ 어딘가에 필자 SNS에 적은 글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테넷을 두 번 봤다. 첫번째는 광교IMAX(CGV)에서, 두번째는 영통MX(메가박스)에서 봤다. 처음에 보고 나서 들었던 감상은 이랬다. 사람들이 막 뛰어갔다. 근데 나는 당최 사람들이 왜 뛰는지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졸라 진지하게 난리굿을 직이면서 달려가니까 나도 일단은 그 사람들과 같이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면 영화는 끝나있고 어렴풋하게 이게 이런 이야기였나 싶은 감상만 남아 있었다. 아마 크리스토퍼 놀란도 자기가 설명충에 액션에 약한 감독이라는 평을 뒤집어 보고 싶지 않았을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자꾸 그렇다 그렇다 라는 식으로 멋대로 평가해버리면 오히려 역으로 해버리고 싶은 맘 같은 걸까나. 기존 크리스..
구로사와 아키라, 란(乱RAN)에 대한 메모
2020.08.24구로사와 아키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게무샤는 예전에 봤었는데, 다음 작품인 란은 못봤다가 우연히 생각나서 DVD를 사서 봤다. 블루레이도 팔았는데 요즘 돈도 없고, DVD라 하더라도 플스3로 업스케일링 돌리면 720P 정도는 나오기에 DVD를 선택했다. 어차피 고전작품이기에 1080P나 720P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정적인 장면에서는 업스케일링의 효과 때문인지 꽤나 만족스러웠으나 역동적인 전투장면에서는 그 한계가 뚜렷히 느껴졌다. 역시 완벽한 화면을 위해서는 블루레이를 사야 되는 것인가... 뭐 어쨌든. 보고 나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카에데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배우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하라다 미에코라는 배우였다. 이 영화가 80년대 중반 작품인..
광교CGV 아이맥스와 1917
2020.03.24※ 오랜만에 시류에 편승하는 포스팅인만큼 스포일러 있습니다. 나도 호신용 텀블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교CGV가 새로 열었는데 아이맥스에서 영화를 보고 인스타에 인증하면 텀블러를 준다기에 주말을 이용해 냉큼 다녀왔다. (광교CGV는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인근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 10층에 새로 오픈한 영화관이다. 기존에 있던 광교상현CGV와는 다른 극장이다.)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은 처음 방문한 것이라 10층 영화관에 가는 길을 조금 헤맸는데 결국은 잘 찾아갔다. 영화가 끝나고 내려오면서는 10층 영화관에 바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찾아냈다. 나에게 있어서 1~9층까지의 백화점은 잉여다. 영화는 1917을 봤다. 샘 멘더스 감독의 1917은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시..
기생충을 두 번 보고 다시쓰는 메모
2019.06.06※ 스포일러 있습니다. ※ 헝가리 유람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을 처음 보고 소소하게 괜찮네 라는 생각을 했다.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지만 과연 그 정도까지 대단한 영화인지 와닿지 않았다. 무릇 어떤 영화제가 그러하듯, 이 영화가 대단하다기 보다 그 감독의 전 영화가 대단하기에 상을 줬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자꾸 생각났다. 그래서 영화를 한번 더 봤다. 보고 나니, 이 영화는 마스터피스라고 인정하게 됐다. 봉감독님 리스펙! 뉴욕 헤럴드 트리뷴!! 영화를 처음보고 나서 스포일러가 가득한 글을 블로그에 올렸었다. 이후에 봉준호가 나와서 스포일링 하지 마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비공개로 돌릴까 하다가 안 돌리기로 했다. ..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대한 메모
2019.05.27※ 스포일러 있습니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일종의 월드컵과 같다. 평소에 K리그나 챔피언스리그를 챙겨보지 않더라도 월드컵은 본다. 그 이유는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의 스타들과 남미의 스타들이 만나서 자웅을 겨루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큰 이야기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월드컵은 이야기와 이야기의 충돌이다. 멀리는 한국전쟁 직후 무려 64시간이나 걸려서 스위스 월드컵에 갔던 한국팀의 이야기에서 부터, 가까이는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겪은 크로아티아팀의 결승진출 이야기까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팀들이 하나로 뭉쳐서 또다른 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월드컵은 전세계가 열광하는 이야기의 축제인 것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아이언맨 시리즈를 안봤다고 하더라도 어벤져스 시리즈는 ..
경기남부 CGV 특수관 몇 개에 대한 후기
2019.05.20수원에 이사하고 나서 부산에 있을때처럼 아이맥스와 4DX로 영화를 많이 봤다. 부산에 있는 서면CGV는 아이맥스관에 4DX좌석이 있어서 아이맥스 화면을 보면서 4DX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었다. (전국 유일인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매드맥스와 그라비티로 기억하는데, 4DX 좌석에서 아이맥스로 보면서 정말 깊은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경기남부에 있는 CGV 특수관 중에서 가장 추천할만한 곳은 판교 아이맥스다. 판교 아이맥스가 아이맥스 중에서도 꽤 큰 편으로 알고 있다. 판교 아이맥스에서 본 첫 영화가 너의이름은 이었는데, 그때 당시에 좌석을 잘 몰라서 적당히 중간 뒤쪽을 예매했다가 식껍한 기억이 있다. 화면이 진짜 크기 때문에 판교 아이맥스는 무조건 맨 뒷좌석으로 잡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 치는게 ..
암수살인, 퍼스트맨, 보헤미안 랩소디
2018.11.10※ 스포일러 있어요.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듣는 사투리가 참 반가웠다. 요전에 마산야구장에 갔을때 옆자리에 계셨던 아줌마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었다. 도저히 스크럭스는 안되겠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게임이 끝났을때 아줌마가 나보고 잘 올라가라고 하셨다. 내가 어디서 왔다는 이야기는 안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온 서울말 흉내내는 억양을 눈치챘던 모양이었다.특히 김윤석이 들려준 사투리는 네이티브가 아니라면 그 감정을 완벽히 전달하지 못하는 말들이 많았다. '장난하나', '허~ 임마 이거 완전 개새끼네' 이런 것들 말이다. 마지막 대사인 '어딨노 니' 같은 것은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얼마 전에 안시성을 보면서 한국영화는 롯데 자이언츠 같다는 생각을 많이 ..
REMEMBER20030401, 아비정전
2018.04.03※ 개봉한지 오래된 영화라 스포일러가 넘쳐납니다.정확히 말하면 난 장국영 세대가 아니다. 어릴때부터 장국영이 나온 영웅본색을 보다가 장국영이 죽은날 충격을 받은 케이스가 아니다. 정확히는 오히려 그가 죽고나서 케이블에서 해주는 장국영특집을 보고 그를 좋아하게 된 케이스다. 장국영이 죽기 전까지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의 영화는 종횡사해였다. (물론 잘생긴 꽃미남배우로는 알고 있었지만)고3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케이블에서 해준 장국영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아비정전이었다. 특유의 분위기와 영화의 색감에 완전 매료되었다. 내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건 아마 60년대 홍콩의 거리일 것이다. 거기다가 항상 순간을 기억하라는 오글의 극치인 그 대사도 당시에는 정말 멋있어 보였다.그가 죽..
리틀포레스트 : 김태리 판타지라도 괜찮아
2018.03.05교회갔다가 안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우나를 갈까, 극장에 갈까 생각하다가 극장에 갔다. 자꾸 밀짚모자를 쓴 김태리가 아른거렸다. 대학원 개학을 앞두고 영화는 당분간 못볼수도 있으니 미리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볼만한 영화를 찾아봤다. 더포스트와 리틀포레스트가 내 취향에 맞는 것으로 보였는데, 일단 더포스트는 얼른 안보면 내려갈거 같아서 먼저 봤었다.더포스트는 작년에 본 스포트라이트하고 비슷한 언론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스포트라이트가 보스턴글로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더포스트는 워싱턴포스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기전에 몰랐는데 믿고보는 톰형 영화였다. 딱 그 명성에 맞게, 좋은 영화였다.영화를 보기전 편의점에서 비타500젤리를 1+1으로 팔고 있길래, 사갔는데 그게 신의 한수였다..
쏘아올린 불꽃(애니), 밑에서도 옆에서도 보지마라
2018.01.15※ 스포일러 있습니다. 나오면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아 낚였구나... 영화로 낚여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소소한 소품같았던 원작을 세카이계로 만들어놓았는데 그마저도 잘 정리가 안된다. 어디서 본 것 있어가지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같은 풍으로 흐르는데 그거와 비교하면 시달소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림만 이쁘고 OST는 좋았다 수준이다. 이와이 슈운지 원작의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도 이건 재미없다. 그러니 절대 보지 마라. 이와이 슈운지 영화가 화면이 이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고 본다.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같은 경우도, 이와이 특유의 이쁜 화면이 애니메이션화 되었기 때문에 이질감은 없었고 극의 완성도도 높았다. (스토리도 오리지날 스토리) 원작은 풋풋한 중학생들이 불꽃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2017.11.11※ 스포일러 조금 있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니... 췌장덕후의 이야기인가. 췌장암으로 죽은 스티브잡스를 기린 이야기인가. 별 의미는 없었고 그냥 최루성 사랑영화였다. 동방신기가 부른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다라는 거나 침대가 되고 싶다라는 거나 비슷한 뜻의 말이다.도서관, 책읽는소년, 죽음, 단발소녀, 도서카드낙서, 과거와 현재의 교차.한마디로 말해 다음 세대를 위한 오겡끼데스까.겨울만되면 러브레터를 꺼내보는 나에겐 그것의 또다른 아류라고 느껴졌다. 점점 영화를 못 만들어내는 일본 영화계에서 남은 마지막 희망이라곤 결국 여배우의 힘밖에 없는 것인가 하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이야기지만 따뜻한 영상미와 감미로운 현악반주를 앞세웠던 우리 세대의 오겡끼데스까가 나는 더 좋다.누구에게나 어..
다수에 대한 소수의 유쾌한 항거 - 옥자,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2017.07.10※ 스포일러 있습니다. 옥자를 보러 청주에 다녀왔다. 넷플릭스 유료이용자이지만, 봉준호의 신작을 TV에서 볼 수는 없었다. 거리는 멀었지만 가는 시간상으로 볼때 서울이나 청주나 비슷했다. 그래서 한번 청주에 가게 된 거였다. 가고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에 대한 생각보다는 내가 왜 이리 먼 거리를 가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수원에 극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맥스관이 없는 것도 아니고 4D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CGV가 없는 것도 아니고 롯데시네마가 없는 것도 아니고 메가박스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청주에 가서 이 영화를 봐야 하는가. 영화의 메세지는 비교적 단순하고 명료했다. 다수에 대한 소수의 유쾌한 항거.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쿠키영상 장면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