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학의 기록
2020년 전국기록인대회를 듣고나서 쓰는 메모
2020.11.22※ 이번 기록인대회는 비대면프로그램인 줌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첫째날은 반차를 내고 광교의 치킨복지를 위해 일하면서 주로 귀로 들었다. 여러가지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통해 지속가능한 아카이브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들은 꽤 흥미로웠다. 특히 소셜이펙트를 측정하여 여러가지 미션을 설정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디아스포라처럼 사회의 온갖 분야에서 만들어져야할 아카이브의 근본은 결국, 외부인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부인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얕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들은 날은 둘째날의 오전 프로그램부터였다. 국편에서 나온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카이브에서 과분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여러가지 시사점이 많았다. 기록관에서 기록의 내용에 담긴 맥락 말고 생산과..
구술사를 주제로 논문을 쓴 이유
2020.04.09여느 논문이 그러하듯, 나의 학위논문도 쉽게 쓰여진 논문은 아니다. 구술사라는 것의 범위가 넓은 것도 있었지만 기록학 방면에서 구술사에 대한 연구가 그리 많지 않았다. 중간에 몇번인가 주제를 바꿀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구술사를 주제로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한 이유는 기록학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록학이라 부르고 있지만 이쪽 계열을 기록관리학으로 부르기도 한다. 내가 기록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한 기록관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계열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바운더리가 넓어지고 그와 함께 기존의 영역과 지속적으로 깊은 고민과 성찰이 이루어질때 해당계열의 전문성은 더 단단하고 깊어질 것이다. 말그대로 단순히 주어진 기록을 '관리'..
碩士, 卒業
2020.02.06난리굿에 난리굿에 난리굿에, 난리굿에 난리굿을 직이면서 간신히 나온 논문이다. 동기들보다 6개월이나 늦은 논문인데 학위수여식이 또 6개월 늦어진다는 소식이 조금 씁쓸하다. (내일은 코로나 맥주를 먹어야 겠다.) 2차 심사를 받고 나오면서 이교수님 말씀이 계속 남아 있었다. 좀더 과감하게 써봐라. 그래서 쓰다보니 기존에 작업해놓은 부분도 한번 싹 갈아엎어야될 필요성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2차심사 통과는 했지만 더 난리굿을 직여야 했다. 그래도 그 말이 마지막 장을 쓰면서 내가 치고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다 써놓고보니 참고문헌 인용정리도 엉망이었다. 인용을 더 신경써야 한다는 다른 이교수님 말씀이 뇌리에 남아있었고 참고문헌을 정리하다보니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화성까지 가서 찾아야 했다. 사실 시작은 쉬..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성남) 견학 후기
2019.06.05허름한 릴테이프였다. 닉슨과 키신저의 통화기록이었다. 닉슨은 국민들에게 베트남에서 나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통화내용은 달랐다. 닉슨도 베트남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키신저와의 통화에서 캄보디아 침공이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통화가 끝난후, 정부의 공식발표없이 미군은 캄보디아를 침공했다. 거기서 또다른 미군이 희생되었다. (PBS제작 10부작 다큐멘터리, '베트남전쟁' - netflix에서 볼 수 있음) 나라기록관의 멋진 시설을 바라보며 느낀 것은 만약 전두환의 통화기록이 하나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광주의 누군가가 북한에서 잠입한 특수부대가 되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이요, 살아남은 죄로 기억의 감옥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일부 국회의원들의 쓸데없는 소리에 상처..
서울시 은평구 서울기록원 견학후기
2019.04.26갑자기 더워진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늦잠잔 날이었다. 원래 계획은 광교역에서 신분당선을 타고 양재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여 서울기록원에 갈려고 했다. 그런데 일어나보니 지하철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시간이었고, 별수없이 차를 가지고 갔다. 가는 도중에 날이 더워서 남방을 벗었고 하루종일 반팔로 생활했다. 기초자치단체는 공공기록물법상의 영구기록물 관리기관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강제법령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초단체에서 영구기록물 관리기관을 만든 예는 없다. 광역지자체 기준에서도 작년에서야 전국최초로 경남기록원이 개관하였고 서울시에서도 서울기록원이 다음달 정식개관을 앞두고 있다. (단, 설립작업은 서울시가 먼저 시작함) 현재는 임시개관한 상태로 개원전시와 유관기관의 견학이 이루어지고 있다. ..
기록인대회 후기
2018.10.23기록인대회 프로그램 안내표를 보고 보고싶다고 생각한 것은 보존처리에 대한 세션과 공공기록관리법 개정에 대한 세션이었다. 보존처리는 저번 학기에 수업으로 못 들은 아쉬움이 있었고 공공기록관리법 개정은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2시간 정도 잡고 출발했는데 토요일 아침 대전으로 가는 길은 많이 막혔다. 대전 시내로 들어와서야 차가 별로 없었는데 마치 관중을 향해 달려가는 항우의 심정으로 엑셀을 밟았다. 1시간정도 더 늦게 도착해서 회의장에 들어가니 발표 2개가 끝나있었다. 3번째 발표는 영상기록을 음성인식기술을 통해 스크립트화하는 것의 발표였다.인식률이 60~85%정도 되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 정도 수준으로는 자동적인 스크립트화는 어려워보였다. 발표한 자료..
실버랩 세미나 : 블록체인
2017.11.23올해 여름이었다. 비트코인열풍으로 시중에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데에는 다중연산이 중요한데, 그래픽카드의 연산능력이 다중연산에 좋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채굴기계의 수요도 폭증했고 따라서 채굴기계의 주요부품인 그래픽카드의 가격도 폭등한 것이었다. 작년 블랙프라이데이때 비씨카드 할인으로 160달러 주고 산 GTX1060 3GB가 32만원정도로 중고가가 올랐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래픽카드를 팔았다. 항상 전체적인 사회적 대세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픽카드를 팔고 현금을 받아쥔 그 순간, 나 또한 이 사회의 영향속에서 살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금융상품은 항상 사기라고 생각하며 비트코인에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그것이 비트코인..
기록학의 기록을 시작하며
2017.11.09작년 이맘때였다. 회사를 그만뒀다. 집안의 문제, 학업의 문제 기타 등등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3년을 넘게다니면서 나를 뽑아준 것에 대한 의는 지켰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좋은 일도 있었지만 즐거운 일들만 가득한 것도 아니었다. 그 모든 것들을 이 길을 나오면서 잊기로 했다. 대우인터부산-정산인터에서 있었던 좋은 기억, 좋은 사람만 남기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실패였다. 다시 그 실패를 반복할 순 없었다.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시절에 배운 공부의 연장선이 될 수 있는 공부를 하길 원했다. 어머니는 마침 수원에 있었다. 서울에 있는 학교를 통학할 수 있었고 그래서 M대의 기록학 석사과정을 다닐 수 있었다. 한번씩 치킨배달을 하며 정말 서비스 마인드가 많이 생기는 구나 하고 ..
잊혀진, 그리고 아직 오지않은
2015.02.07며칠전에 과거 자료중에 찾을게 있어서 한참 자료를 찾다가 아주 흥미로운 공문을 하나 발견했다. 때는 1999년으로 그 유명한 부산대우로얄즈 축구단이 당시 우리 회사였던 (주)대우에 대형버스 2대를 좀 쓰겠다고 요청하는 공문. 한때 대우로얄즈의 축구를 너무나 좋아했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억소리나는 귀한 자료. 재미있는 사실은 저 공문안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모두다 지금은 다른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사실. 그래서 씁쓸하냐고? 그렇진 않다. 대우의 리즈시절은 지나갔지만 정산의 리즈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