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이었다. 비트코인열풍으로 시중에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데에는 다중연산이 중요한데, 그래픽카드의 연산능력이 다중연산에 좋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채굴기계의 수요도 폭증했고 따라서 채굴기계의 주요부품인 그래픽카드의 가격도 폭등한 것이었다. 작년 블랙프라이데이때 비씨카드 할인으로 160달러 주고 산 GTX1060 3GB가 32만원정도로 중고가가 올랐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래픽카드를 팔았다. 항상 전체적인 사회적 대세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픽카드를 팔고 현금을 받아쥔 그 순간, 나 또한 이 사회의 영향속에서 살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금융상품은 항상 사기라고 생각하며 비트코인에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그것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었다.
11월 2일날 M대에서 K대 I교수님을 모시고 실버랩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강의였다. 블록체인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더리움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이라고 하면 비트코인을 대표적이라고 알고 있었고 이더리움은 그걸 활용한 아류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혁신적인 기술은 이더리움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트코인이 단순 화페소유의 인증을 분산 저장하면서 그 화폐가 나한테 있다는 것을 수많은 다른 피씨가 인증해주는 체제라면 이더리움은 화폐뿐만 아니라 계약의 자동화된 이행과 그 계약의 인증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부동산이나 주식을 거래하면 한 명의 중개인이 그 계약을 중개해주는 체제였다면 이더리움을 통한다면 중개인없이 계약이 자동으로 이행되고 그것의 인증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수많은 피씨가 하게된다. 계약의 중개인이 한 명이 아니라 수만명으로 늘어나므로 오히려 계약의 안정성은 극대화되며 자동화된 계약 시스템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해 진다.
이더리움이야말로 사회를 크게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50년전이나 지금이나 부동산구입은 별로 달라진 모습이 없다. 하지만 이 이더리움을 통한다면 실물거래에 있어서 아주 혁명적인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 가상화폐시스템에 대해서 별다른 정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국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겠지만 규제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시장의 혁신을 위한 진흥도 일정부분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의 접속장애가 있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다시 접속이 원활한 시점이 되니 폭등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빗썸의 접속장애 전에 비트코인 매도 주문을 걸어놓은 회원의 거래가 접속장애 전 가격이 아니라 접속장애 후 떨어진 비트코인의 가격으로 이루어져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다. 지금 소송에 들어가있는데 이 문제를 법원의 판단에만 맡길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