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기록인대회는 비대면프로그램인 줌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첫째날은 반차를 내고 광교의 치킨복지를 위해 일하면서 주로 귀로 들었다. 여러가지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통해 지속가능한 아카이브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들은 꽤 흥미로웠다. 특히 소셜이펙트를 측정하여 여러가지 미션을 설정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디아스포라처럼 사회의 온갖 분야에서 만들어져야할 아카이브의 근본은 결국, 외부인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부인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얕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들은 날은 둘째날의 오전 프로그램부터였다. 국편에서 나온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카이브에서 과분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여러가지 시사점이 많았다. 기록관에서 기록의 내용에 담긴 맥락 말고 생산과정에서의 맥락이 부실하다는 지적과 왜 군과 계열로 분리되어있는지에 대한 구조적 맥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많이 아프게 느껴졌다. 또한 기록에 대한 평정(역사적 평가)을 아키비스트가 해내야 하는데, 그것이 부재함의 지적은 왜 아키비스트가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외에도 아카이브가 서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 기억의 공공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 아주 인상깊었다. 특히 기록관리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아주 강하게 머리에 박혔다. 비전자기록이 전자기록으로 이행되었듯이 전자기록은 결국 클라우드 데이터화가 될 것인데, 그것의 가장 가시적인 형태는 아마 아카이브 플랫폼의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데이터화가 이루어진 전자기록은 단순한 기록물 생애주기로 표현될 수 없다. 그렇기에 많은 혼돈이 올 수 있는데 만약 아카이브 플랫폼의 형태로 만들어진다면 그 개념의 혼돈을 보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에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오호 이런게 있구나 하는 발표도 있었던 반면, 여러모로 아쉬웠던 발표도 있었다. 코비드19 대유행 이후 언택트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언택트화는 이미 그 이전단계에서 일어나고 있던 것이다. 코비드19로 강제되었을뿐 큰 흐름으로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흔히들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언택트와 컨택트가 병용되는 개념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언택트와 컨택트는 병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대체되는 개념이다.
더이상 등본을 떼러 동사무소를 가지 않게 되었듯이, 햄버거집에 가서 점원에게 햄버거를 주문하지 않게 되었듯이 대면으로 할 수 있음에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게 대체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아카이브는 온라인으로 이런 것들을 볼 수 있어요 라는 수준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여기서 대면은 전화통화, 메일대응까지 포함된다.) 비대면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우리는 아카이브 이용자의 그런 필요 혹은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코비드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기록관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라는 공지를 인터넷으로 올리는 것으로 대응이 완벽하다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열심히 온라인으로 여러가지 컨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과연 대응은 완성되는 것일까. 여전히 많은 물음 속에 나는 오늘도 광교의 치킨복지를 위해 오토바이 핸들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