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009) 제임슨 캐머런 감독 /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주연
※ 이 글은 부산영락교회 청년회지 '오후네시' 2010년 봄호에 수록된 글입니다.
원래 블로그에다 올렸던 아바타 리뷰 글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드는 생각들을 더 첨가해서 글을 적었습니다.
(먼저 적은 글은 지금보니 조금 부끄러워서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요즘 아바타의 인기몰이가 정말 무섭다. 순식간에 천만관객을 돌파하더니, 이제는 한국영화 최고흥행기록인 괴물을 꺾을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반 극장보다 상영료가 2배는 더 비싼 3D영화로 많은 관객들이 아바타를 보는 바람에, 입장수익은 이미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아바타 열풍인 셈이다.
난 이 영화 아바타를 두 번 봤다. 한번은 일반 극장에서 한번 보고, 또 한 번은 3D안경을 끼고 한번 봤는데, 확실히 이 영화는 3D극장에서 봐야 한다. 일반 극장화면에서는 그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CG가 3D화면에서는 매우 실감나게 느껴진다. 일반 극장에 비해 배 이상 비싼 상영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것이다. 어떤 영화는 보고 나오면, 내가 이 영화를 왜 돈 주고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막 환불해달라고 제작사를 찾아가고 싶은 욕망이 불끈불끈 들 때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그 값어치를 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매우 영리한 영화다. 관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그것을 곧바로 돈으로 연결시킬 줄 아는 영리함을 가진 영화다. 일단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엄청난 장비와 자본을 투입해서 완성시켰을 놀라울 컴퓨터그래픽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해낸 영화 속 세상은 그야말로 별천지의 모습이고, 그 속에 등장하는 그래픽으로 구현된 인물들은 현실감 넘치게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적절한 홍보와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을 통해서 3D극장에서의 관람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지금도 전세계의 사람들은 아바타를 보기위해 다들 3D극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현재 전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이다. 영화나 음악, 소설 가릴 것 없이 인터넷으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콘텐츠들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사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탈도구인 셈이다. 아바타는 사람들을 3D극장으로 불러냄으로서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자신들의 수익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차단시켜버렸다.
이 영화는 그러면서도 모든 인류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온갖 최신식 장비들을 동원해서 구현해낸 환상적인 그래픽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결코 우리가 공감할 수 없는 먼 미래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바로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희망의 이야기를 이 영화는 하고 있다. 퇴역군인이자 상이군인의 삶을 살아가는 제이크가 판도라란 행성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으며 주인공인 제이크가 판도라 행성에서 하게 되는 종족을 초월한 사랑의 이야기는 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요즘 관객들은 참 영리하고 그러면서도 이기적이다. 하도 영화를 많이 봐서 웬만한 화면들에겐 놀라지도 않고 또한 자기가 이해할 수 없고 공감되지 않는 영화에는 억지로 이해하려 들지 않고 또 그것에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위에 내가 적은 것처럼 한때 인터넷상에는 발로 만든 영화에 대해 환불을 해달라는 청원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현대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시 던져주었다. 터미네이터2와 어비스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예전부터 컴퓨터그래픽을 잘 활용했었던 감독이었다. 그랬던 그가 타이타닉을 통해 인류가 가장 좋아하는 코드인 사랑의 코드를 접목시키는데 성공해서 대박을 터트리더니, 이제는 거기에 본래의 전공이었던 화려한 그래픽을 접목해서 웬만한 화면엔 꿈쩍도 하지 않는 관객들을 꿈쩍거리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잘 팔릴 수 있는 영리한 비즈니스적 영감으로 번뜩이고 있는 영화이다. 그렇지만 감독은 이 영화가 단순하고 노골적인 상업영화로 평가받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속되는 인간과 나비족의 자원을 사이에 둔 다툼은 분명 미국의 이라크침공을 여러 면에서 연상시킨다. 그리고 경쟁과 효율을 중요시하는 인간문명과 조화와 안정을 중요시하는 나비족문명의 선명한 대비는 옛날부터 이어져왔던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대치적인 만남을 상징하는 듯하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생물들이 지극히 이념적인 존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상반된 두 문명의 만남은 분명 많은 폭발요소들을 잠재하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이 남자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타면서 자기가 세상의 왕이라고 외쳤던 이 남자. 새삼스럽게 난 그가 만들어낼 새로운 미래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