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조금 있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니... 췌장덕후의 이야기인가. 췌장암으로 죽은 스티브잡스를 기린 이야기인가. 별 의미는 없었고 그냥 최루성 사랑영화였다. 동방신기가 부른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다라는 거나 침대가 되고 싶다라는 거나 비슷한 뜻의 말이다.
도서관, 책읽는소년, 죽음, 단발소녀, 도서카드낙서, 과거와 현재의 교차.
한마디로 말해 다음 세대를 위한 오겡끼데스까.
겨울만되면 러브레터를 꺼내보는 나에겐 그것의 또다른 아류라고 느껴졌다. 점점 영화를 못 만들어내는 일본 영화계에서 남은 마지막 희망이라곤 결국 여배우의 힘밖에 없는 것인가 하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이야기지만 따뜻한 영상미와 감미로운 현악반주를 앞세웠던 우리 세대의 오겡끼데스까가 나는 더 좋다.
누구에게나 어떤 시기에 어떤 미디어를 접하느냐에 따라서 그 미디어가 다가오는 감흥이 다를 수 있다. 나는 이것보다 러브레터가 더 낫다고 보았지만 우리 다음 세대의 누군가에게는 러브레터보다 이게 더 낫다고 볼 수 있으므로 어떤 판단을 내린다는 건 참 힘들다. 한국인에게 그랑죠와 H2가 가지는 의미와 일본인에게 그랑죠와 H2가 가지는 의미가 다르듯이 말이다.
나는 항상 가을이 되면 아비정전이 생각난다. 나에게 아비정전이 주는 의미는 다른 사람이 다른 것에서 받는 것과는 다른 의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