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갔다가 안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우나를 갈까, 극장에 갈까 생각하다가 극장에 갔다. 자꾸 밀짚모자를 쓴 김태리가 아른거렸다. 대학원 개학을 앞두고 영화는 당분간 못볼수도 있으니 미리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볼만한 영화를 찾아봤다. 더포스트와 리틀포레스트가 내 취향에 맞는 것으로 보였는데, 일단 더포스트는 얼른 안보면 내려갈거 같아서 먼저 봤었다.
더포스트는 작년에 본 스포트라이트하고 비슷한 언론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스포트라이트가 보스턴글로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더포스트는 워싱턴포스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기전에 몰랐는데 믿고보는 톰형 영화였다. 딱 그 명성에 맞게, 좋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전 편의점에서 비타500젤리를 1+1으로 팔고 있길래, 사갔는데 그게 신의 한수였다. 젤리를 오물오물 거리면서 안보면 되게 보기 힘든 영화였다. 온갖 음식의 향연으로 가득한 영화였다. 나의 할아버지댁은 안동인데, 안동에 가서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들이 영화에서 흘러넘쳤다. 할아버지는 금복주 소주를 항상 드셨지만, 한번도 막거리를 만들어서 드시진 않으셨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 영화는 김태리 판타지야 하는 생각을 했다. 여름철 내가 겪어본 농활의 경험으로는 썬크림을 아무리 떡칠을 해도 3일이면 피부가 시커멓게 되거나 시뻘겋게 익었다. 1년내내 밭일을 하면서 뽀송뽀송한 피부를 유지하는 김태리를 보면서 감독이 김태리의 피부를 보면서 힐링하기를 원했거나 아니면 정말 김태리가 기가막힌 농촌맞춤형 배우이거나 둘 중 하나일거라 생각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류준열의 이야기가 공감이 많이 되었다. 나의 요즘은 부산에서 일할때보다 미래는 불투명해졌고 페이도 조금 적어졌지만 정신적으로 이루말할 수 없이 좋아졌다. 그런 나에게 감독이 너만 그런게 아니야 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그 의도는 성공했다. 좋은 영화였다.
김태리 판타지여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