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습니다.
옥자를 보러 청주에 다녀왔다. 넷플릭스 유료이용자이지만, 봉준호의 신작을 TV에서 볼 수는 없었다. 거리는 멀었지만 가는 시간상으로 볼때 서울이나 청주나 비슷했다. 그래서 한번 청주에 가게 된 거였다. 가고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에 대한 생각보다는 내가 왜 이리 먼 거리를 가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수원에 극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맥스관이 없는 것도 아니고 4D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CGV가 없는 것도 아니고 롯데시네마가 없는 것도 아니고 메가박스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왜 청주에 가서 이 영화를 봐야 하는가.
영화의 메세지는 비교적 단순하고 명료했다. 다수에 대한 소수의 유쾌한 항거.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쿠키영상 장면에서는 지난 겨울날 촛불혁명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전에 광화문앞에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던 그 천막을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천막이 엄청난 촛불의 파도가 되어 정권타도를 외치는 그 광경을 본 기억도 있다.
옥자 내의 모습은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농성을 하던 그 광경에 멈춰져 있다. 그러나 그 작은 촛불이 엄청난 힘을 가진 메아리로 돌아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담배불 끄고 버스를 타던 그 장면에서 8800번을 타고 을지로로 가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버스에 타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넷플릭스와 옥자, 그리고 CGV를 둘러싼 여러가지 말들을 보면서 나는 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좋은 영화를 보기위해 가는 것인가, 영화를 먼저 보기위해 가는 것인가. 더 좋은 답을 찾자면 좋은 영화를 먼저 보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일테다. 그런데 두 개가 만약에 상충된다면. 두 가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극장에 좋은 영화를 거는 것이 중요한가, 먼저 걸 수 있는 영화를 거는 것이 중요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CGV가 줬다. CGV뿐만 아니라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도 줬다. 6월 29일 옥자가 전국 독립영화관 94개 상영관에서 개봉될 때 멀티플렉스 3사는 리얼을 개봉했다. 3사 합쳐 상영관 970개에서 영화를 틀었다. (참고로 광해는 688개, 7번방의 선물은 787개, 베테랑은 957개, 내부자들은 907개로 시작했다.)
다나와에서 상품검색을 할때 한번씩 상점순 정열을 할때가 있다. 많은 상점에서 판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일수도 있다는 심증에서다. 그런데 적어도 영화판에서는 그 심증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적어도 이번 리얼 사태로 상영을 많이 하니까 이 영화는 좋은 영화일거야 하는 신뢰는 깨졌다. CGV는 먼저 영화를 거는 장소일지는 몰라도 좋은 영화를 걸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대중적인 플랫폼이 되었고 넷플릭스 공개로 수많은 영화가 제작되고 있으며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 기반의 업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리고 거기서 제작한 수많은 영화중에는 극장상영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대중이 원하는데 멀티플렉스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이럴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CGV 등등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너무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