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확실히 요즘 학계의 트렌드는 민중사인가...
엄청난 물량을 투입해서 만들었을게 분명한, ROME도 주인공은 그냥 평민이었다.
바로 보레누스 루시우스와 타이투스 풀로가 그들인데, 드라마는 이 두 평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쥴리어스 시저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 같은 이름만 들어도 전율이 느껴지는 유명한 사람들은 단지 그 주인공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배경일 뿐, 드라마 속 전체적인 이야기의 중심엔 저 두 평민이 존재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시저가 살았던 그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항상 등장하는 유명한 장면들이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던지, 주사위는 던져졌다 같은 장면, 파르살루스 전투 라던지, 브루투스 너마저 같은 말들, 그리고 안토니우스와 브루투스의 연설, 그리고 악티움 해전까지... 일반적으로 그 이후 로마의 역사 혹은 유럽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까지 평가받는 장면들이 이 드라마에선 전혀 등장하지가 않는다.
그것들의 비중이 줄어든 만큼, 드라마는 그 당시 로마 귀족들의 일상모습과 평민들의 일상모습을 다루는데 중점을 더 주고 있다. 기억에 남는 건 로마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성의식들. 귀족 부인들끼리 서로 성기가 큰 남자 노예를 선물로 주고 받고, 난교의 신전이란 곳이 따로 있어서 그 곳에선 항상 난교를 하는 등 지금 봐도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거리낌없이 드라마에 나오고 있다.
근데 정말 난교의 신이란게 있는 걸까? 아님 아무래도 요즘 만들어진 드라마인 만큼 요즘의 상상력을 덧붙여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인 걸까.
그리스의 철학중에 쾌락주의 학파가 있는게 사실이고, 로마가 그리스의 철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로마에서도 성립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든 오랜만에 좋은 드라마를 봤고, 앞으로도 기억에 조금 남을 듯한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