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녀2, 브로커 스포일러 약간 있어요.
언젠가부터 영화평론을 읽다보면 호불호가 갈린다는 표현을 읽게 된다. 나도 종종 쓰곤 했던 표현인데,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는 잘 안쓰려고 하고 있다. 호불호란 단어는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이고, 원래는 호오(好惡)라는 단어를 썼다. 나는 가급적 안쓸려고 하지만, 지금이야 워낙 많이들 쓰니 그럴려니 하고 지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단어에 대한 '호오'를 떠나 평론가가 영화평론을 '호오'가 갈린다고 해버리는 것은 너무 비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평론가라면 영화에 대한 평을 하는 사람인데, 영화의 평을 호오가 갈린다고 해버리면 자기가 평을 안해버리는 것 아니겠나 싶어서다. 아니 그렇게 영화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관객에게 맡겨버릴 것 같으면 굳이 평론가가 영화에 대해 평론을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러다보니 호오가 갈린다는 표현을 볼 때마다 그 속에 숨은 속뜻을 곱씹어보게 된다. 타이타닉이나 ET같은 작품에 호오가 갈린다는 평을 본 적이 있던가? 없다. 반대로 리얼이나 라스트갓파더 같은 작품에게 호오가 갈린다는 평을 본 적이 있던가? 역시나 없다. 즉, 호오가 갈린다는 평 자체가 이미 영화가 비범하지 않다는 것의 완곡한 표현인 셈이다. 말 그대로 평작 정도 수준으로 치면 될 듯 싶다. 숫자로 점수를 메기자면 6점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사람인지라 호오가 갈린다는 말을 들으면 아마 '호'라는 단어에만 집중하고 6점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아마 평론가들도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일테다.
그럼 극호오가 갈린다는 평은 뭘까? 당연히 사람들은 '극호'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반대로 '극오'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평론가가 그 영화를 정말 '극호'라고 봤다면 그냥 '극호'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여러가지 이해관계로 인해 '극오'라고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에 '극호오'가 갈린다고 말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확률이 높지 않을까? 쉽게 말하면 망작에 가까운 영화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대충 맞을 것이다. 아마 평점으로 따지자면 4점 정도 되지 않을까.
얼마전에 브로커와 마녀2를 봤다. 브로커는 매우 재밌게 봤고 마녀2는 액션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일단 브로커는 영화의 색감, 주제의식, 내러티브가 꽤 좋았다. 단, 배두나의 대사가 심각하게 안들려서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다. 하도 안들리다 보니 짜증이 났을 정도인데, 그나마 배두나가 화를 내는 장면에서는 좀 대사가 들려서 배두나가 화를 낼 때마다 반색을 했다.
중간에 '살인'이라는 대사를 발음하는데 나는 '사루'라고 들려서 배두나가 일본어를 쓰는가 하는 생각도 했다. 사루는 일본어로 원숭이라는 뜻이다. 다른 배우들도 목소리가 잘 안들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송강호, 이지은이 좀 들렸고, 배두나는 최악이었고, 이주영, 강동원은 들렸다가 안들렸다가 했다. 영화를 보다보면 중간에 음성이 약간 튀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실제 녹음된 결과물은 더 열악했는데 후반작업에서 보정을 했던 것 같다. 근데도 이렇게 안 들릴 정도면 후시녹음이라도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 배두나 목소리만 후시녹음을 해서 다시 나오면 영화의 평은 훨씬 올라갈 것 같다.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서 말하자면 늘 그래왔던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두번째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평론에서는 유사가족을 다룬 이야기라며 평하면서 그 대상이 범죄자들이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되묻고 싶다. 범죄자들은 두번째 가족을 만들면 안되는가? 그게 그렇게 불편한 이야기일까? 적어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습도박으로 가정을 파괴한 범죄자, 보육시설에 일하면서 영아인신매매를 하는 범죄자, 매춘행위를 하는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그들은 인간이고 그렇기에 두번째 가족을 만들 수 있다. 여러가지 사연으로 첫번째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사람들끼리 두번째 가족을 만드는 모습이 그렇게나 불편한 것일까? 가뭄의 시대에 콘서트장에서 수백톤의 물을 쓴다고 일침을 가한 정의로운 '나'는 그런 범죄자들이 두번째 가족을 만들어서 상처를 보듬고 사는 모습에 불편하다고 말할 권리를 획득한 것일까. 나는 한마디로 다시 되묻고 싶다.
"니가 뭔데?"
마녀2는 일단 이종석과 조민수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 둘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 중 나름 네임드라서 출연료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그 돈 아껴서 주인공인 신시아 근육이나 좀 만들어주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감독은 마녀유니버스 이런 소리를 하는 모양인데 마블유니버스나 기타 유니버스물에 나오는 주인공을 생각하면 가소롭기 짝이 없다. 일단 마블에는 크리스 에반스, 엑스맨에는 휴 잭맨, DC에는 헨리 카빌이 있다. 여자주인공으로 한정시켜도 블랙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 원더우먼의 갤 가돗, 에일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 그라비티의 산드라 블록가 있다. 그리고 위대한 K마녀유니버스의 주인공은 신시아와 김다미이다.
진짜 액션영화 주연으로 캐스팅 됐으면 근육을 좀 키워라. 그 여리여리한 몸으로 손 한번 튕길때마다 나쁜 놈들이 휙휙 날아가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짜증만 났다. 아니 그러면 긴장감이라도 좀 있어야 할텐데, 이미 주인공이 끝판왕 격이라 쟤 나오면 끝날거 아니까 긴장이 단 1도 안되었다. XX를 등장시킬거면 차라리 XX와의 일전이라도 보여주던지...
거기다가 액션씬의 컷구성도 너무 실망스러웠다. 액션영화의 정석은 롱테이크다. 왜냐하면 액션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동선이 잘 표현되어야 하는데, 컷을 난잡하게 자르면 영화의 흐름을 끊어먹기는 물론이고 주인공의 동작이 온전하게 카메라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마녀2는 절정의 액션씬에서 컷을 너무 난잡하게 잘라났다. 막말로 때리는 장면 한 컷, 나쁜 놈이 맞는 장면 한 컷, 맞고 날라가는 장면 한 컷으로 자르고 CG 좀 끼얹으면 나도 K액션스타가 될 수 있다.
마녀2가 서사가 별로라도 액션이 좋다는 평도 얼핏 본 것 같은데, 요즘 인터넷이나 익뮤에는 알바가 너무 많다. 나는 그런 허접한 액션씬들의 나열을 보면서 짜증만 났다. 마녀2에서 좋은 부분은 버스타고 골재장에 들어갔던 그 부분까지였다.
※ 2022-06-29 추가 : 동수원CGV(공교롭게도 이 글을 적은 이후로, 동수원CGV는 리뉴얼해서 시설이 좋아졌다.)에서 한번 더 관람했는데, 마스터링을 새로 했는지 아니면 시설이 문제였던지 배우들의 대사가 훨씬 잘 들렸다. 배두나의 대사 중 문제의 '사루'라는 대사도 원래 그 대사를 은어처럼 쓰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추가됐는데, 아이유한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들어보는 것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