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등산을 하며 잡생각을 없앤다고 한다. 그런데 등산도 많이 하다보니, 잡생각도 간혹가다 할때가 있다. 특히 오늘이 그랬는데, 해가 짧아진 것을 계산을 못해서 해가 진 후에 온갖 난리굿을 직이면서 산을 내려왔다. 거의 실사판 언챠티드를 찍었다고나 할까... 뭐 어쨌든, 산을 한참 헤매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지랄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비트코인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꽤 길게 하게 되었다.
비트코인 혹은 블록체인, 암호화폐, 가상자산 등등으로 불리는 것. 그것의 본질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 그 본질은 내가 가진 컴퓨터 자원과 그 자원을 돌리기위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그리드 네트워크를 이용할 자격을 얻는 것이다. 네이버 스포츠 페이지에서 스포츠방송을 보려고 하면 어떤 프로그램을 깔게 되어있다. 자세히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의 컴퓨팅 자원을 대여해주고, 나는 그 대가로 네이버 스포츠에서 제공하는 고화질의 실시간 방송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본질도 그것과 같다. 나의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를 제공하고 그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허가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골프장 회원권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골프장 회원권이 폭등하는 때가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싶어한다면 그 허가권이 되는 코인의 가격도 폭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가격은 결코 본질이 아니다. 아주 쉽게 말하면 2000년대 초반에 소리바다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내 음악파일을 공유하는 댓가로 코인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이 정도 생각까지 나아간다면 2년전 쯤에 모 방송에서 나온 블록체인 기술은 살리고 코인은 버리자는 말이 얼마나 어이없는 말이었는지가 이해가 된다. 나는 내가 내 돈주고 산 컴퓨터와 전기비를 내면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그 자원과 에너지를 지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즉 허가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다.
그럼 이제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뭘 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것에 대한 답도 충분히 나와있다고 생각한다. 30년 전에 월드와이드웹이 맨처음 생겼을때 이걸로 뭘 할지 당시에는 잘 몰랐다. 이미 정보는 도서관에 가면 차고 넘쳤고, 물건은 마트에서 살 수 있었으며, 공연예매는 은행창구에서 할 수 있었고, 편지는 우체국으로 보낼 수 있었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3D게임을 선보였을 때, 누군가는 이런 허접한 3D로 뭘 할 수 있느냐고 욕했고, 애플이 스마트폰을 선보였을 때, 누군가는 피처폰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란 컨설팅을 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이미 그 쓰임새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NFT가 그 출발점 중에 하나이다.
그러면 좋은 코인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비트코인인가? 이더리움인가? 나도 모른다. 미래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다만 나의 기준은 있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사람들이 그 네트워크를 사용하길 원하고, 그것을 위해 자기의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를 기꺼이 제공하기를 원하는 코인이다. 수많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중에 어떤 블록체인이 그런 허가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아내는 것은 투자자의 몫일 뿐이다.
그러면 코인을 사야할까. 말아야 할까. 이것 또한, 어디선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 나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있지 않겠나 싶다. 만약 30년전에 팀 버너스리가 월드와이드웹을 만들고 그 사용권을 공개하지 않고 팔았다면 당신은 그 사용권을 샀을 것인가, 안 샀을 것인가.
※ 암호자산 거래소인 코빗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을 구독하면 꽤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고 정리한 이 글도 상당부분 그 영상에서 영향을 받았다.
전라북도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당신이 그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며, 이곳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