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등산을 하다보면 확실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나같은 철저한 I형의 인간에게는 낙엽이 쌓인 오솔길을 혼자 걷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회복의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내장산이 그랬다. 서래탐방센터에서 올라갔는데, 불출봉에서 망해봉을 거쳐 연지봉에 이를때까지 능선을 따라 아무도 없는 낙엽길을 혼자 걸어갔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단점은 혹시나 발 한번 잘못 디뎌서 조난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일이 안 벌어지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
내장산 등산을 한 루트는 서래탐방센터 - 불출봉 - 망해봉 - 연지봉 - 까치봉 - 신선봉(최고봉) - 내장사로 이어지는 내장산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었다. 불출봉에서 연지봉까지의 길은 매우 훌륭하다. 사람도 없고 날씨만 좋다면, 낙엽이 깔린 길을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기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연지봉부터는 서서히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는데 내장사에서 최단거리로 신선봉으로 가는 코스로 올라오는 사람과 케이블카...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코스 자체도 연지봉에서 까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까치봉까지만 가고 나면 거기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신선봉에서 내려올때는 내장사쪽으로 내려온지라 차가 주차되어 있는 서래탐방센터로 가야했다. 내장사 앞에 있는 내장사탐방센터에 있는 직원분에게 서래탐방센터로 가는 셔틀버스 있냐고 물어보니까, 서래쪽으로 가는 셔틀버스는 없고 매표소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다고 했다. 아니 여기가 내장사 입구인데 무슨 셔틀버스를 타야할까 잠시 생각했었는데, 직원분께서 나의 누추한 몰골을 보고 셔틀타고 매표소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천원을 내고 셔틀버스를 탔는데, 내장사 입구에서 내장사 매표소까지 거의 2.5km나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커플들이 저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복 5km 정도 되는 이 산책길을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을 셔틀버스를 타고 스쳐지나갔다.
고등학교 때 받은 대성기숙학원 책받침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남과 같아서는 남이상 할 수 없다."
얼마전에 주식의 종목을 정리했다. 원래 투자스타일 자체가 MTS 계속 들여다보는게 내 시간 뺏기는 것 같아서 한번 사면 최소 3~4개월 정도는 끌고 가보는 스타일인데, 더 롱텀기준으로 바꿨다. 시장상황 자체가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아서 딱 3종목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정리했다. 원체 시드가 작은지라 의미있는 물량은 아닌데, 주식이라는 걸 한번 해보니까 이걸 완전히 안하는 건 문제가 있다 싶어서 혹시나 손해를 봐도 억울하지 않을 종목으로 바꾼 것이다.
KT&G, 삼영무역, 인텔을 가지고 있다. KT&G는 작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유심히 지켜보다가 내가 생각하는 한국에서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에 맞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씩 모으고 있다. 작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안동의 노인병원에서 한 6개월정도 입원해 계셨고 거의 2주에 한번정도는 찾아갔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뜬금없이 '야야 담배인삼공사 주식을 사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담배인삼공사가 상장을 할때 담배농사를 짓던 농민들에게 주식청구권을 나눠줬는데, 할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에게서 주식청구권을 사서 나중에 상장했을때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였다. KT&G에서 내가 주목한 사업모델은 필립모리스라는 담배업체가 만든 전자담배 플랫폼인 아이코스에 들어가는 스틱담배제품을 KT&G에서도 팔고 있고, 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한국의 기업 중 성공한 사업모델을 보면 일종의 선대제생산체제에서 베니스의 상인 역할을 맡은 다른 나라의 기업들이 틀을 만들면 그 안에서 돌아가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고 그 기업이 지금보면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 있다. (언젠가는 한국기업 중에서도 베니스의 상인처럼 스스로 틀을 만드는 훌륭한 기업이 나오길 기원한다.) 삼영무역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관심있게 봤는데 보면 볼수록 더 가치가 좋은 기업이라 조금씩 사고 있다. 인텔은 뭐 남들 다 망한다고 하는데 나는 안 망할 거 같으니까 사는 것이고ㅋ
한국주식은 장기투자는 절대 아닌 것 같다. 자꾸 삼성전자 이야기하는데, 내가 30년전에 전자사업이 성장할 것이라 믿고 있었고 투자할 마음을 먹었다고 쳐도 삼성전자에 투자해서 30년동안 묵힐 확률이 얼마나 될까? 당시 전자회사를 보면 금성사, 삼성전자, 현대전자, 대우전자, 아남전자, 롯데파이오니어 등등 쟁쟁한 기업들이 많았다. 반도체로만 따져도 금성사가 삼성전자보다 더 기술이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회사 분할상장도 문제가 크다. 설령 지금 카카오를 사놓는다고 해도 적자나는 초기 투자상태일때는 비상장으로 가지고 있다가 좀 이익이 날 것 같으면 상장해서 주식을 팔아먹는데 어떻게 카카오 주주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 30년이 지나면 지금 30년동안 주식 가지고 있으라고 했던 사람들, 다 이 세상에 없을텐데 그 억울함을 누가 알아줄까.
한국주식은 지금까지 저평가 받아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저평가 받을 것이다. (설령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러니 한번씩 시장에서 고평가를 해줄때 적절히 수익을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