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상, 부상, 부상. 원팀으로 극복하라.
올해 개막일은 3월 23일이었다. 작년도 빨랐지만 그보다도 더 빠른 개막이었다. 통상적으로 식목일 전후로 개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주정도 빨라진 셈이다. 작년에는 아시안게임, 올해는 프리미어12 때문에 일정이 당겨진 것으로 선수들이 게임을 치룰 수 있는 몸으로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성범과 박민우라는 공격의 핵이 개막 직전에 부상을 당해서 이탈했다. 작년에 핵심선수로 발돋움한 구창모도 부상으로 개막전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했다. 창원NC파크 개장 첫홈런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출발한 배탄코트도 3월 27일 부상으로 보름이상 결장했으며, 4월 4일 나성범이 복귀했지만 바로 그 다음날 1선발인 에디 버틀러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4월 12일에는 박민우가 복귀하였지만 바로 전날 4월 11일, 김성욱과 모창민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5월 4일에는 나성범이 부상으로 충격적인 시즌아웃이 되었고 이재학은 5월 5일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5월 11일 모창민이 복귀했지만 기가막히게 박석민이 또 부상으로 빠졌고 모창민은 12일 또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부상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훈련이다. 훈련량이 억울해서 아파도 참고 뛴다는 김성근류를 제외하고는 훈련량과 부상은 비례관계에 있다는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NC선수들은 시즌 시작전에 훈련량이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단체훈련을 줄이고 자율훈련 위주로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량을 결정했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선수단에 꼴지를 한 불명예를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왕조시절의 삼성은 주전급 선수들이 7~8월을 목표로 몸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NC선수들도 트레이너들과 잘 협의해서 부상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잘 준비한다면 연쇄부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낙동강 건너에 있는 옆구단에서는 트레이닝 시스템을 혁신한다고 하는데 우리 팀도 지속적으로 트레이닝 혁신을 해나가면 앞으로도 부상관리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전급 선수들의 릴레이 부상 속에서도 팀은 5월 말까지 비교적 순항하였다. 31승 25패로 전체 순위는 3위였다.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돌아오면 한번 치고 나갈 기회가 있지 않을까 희망을 주던 시기였다. 공수에서 맹활약한 양의지의 활약과 함께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팀 전체적으로 명예를 회복하려는 강한 동기부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재학, 김영규, 박진우로 이어지는 국내선발진이 기대이상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2. 야알못 프런트의 파나마에서 온 종친 구하기.
선수들의 강한 동기부여와 국내선발진의 예상밖 선전으로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던 NC는 6월 들어서면서 모래성같이 무너졌다. 풀타임 선발로 첫시즌을 보냈던 김영규는 6월 들어서며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결국 C팀으로 내려갔다. 박진우도 시즌 초반의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1선발인 버틀러는 반전의 모먼텀을 찾질 못했고 그나마 팀을 이끌어오던 선발진이 사실상 이재학, 루친스키로 구성되었다.
이미 공격력은 나성범의 부상, 박석민의 부진으로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였다. 모창민과 양의지가 그런대로 잘 쳐주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면서 프런트의 말도 안되는 운영이 부각되었다.
아주 개인적으로는 프론트의 모 실세인사가 파나마에서 날라온 종친에게 뭐 어떤 운명의 데스티니? 뭐 이런걸 느낄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덕분에 배탄코트는 6월 16일 엔트리 말소까지 거의 모든 게임에서 주전 라인업에 포함되는 믿기 어려운 운영이 진행되었다. 5월까지는 그런대로 선발진들이 버텨주고 꾸역꾸역 막아왔지만 6월 들어서도 공격이 살아나지 않자 팀도 무너졌다. 6월 승률은 8승 16패를 기록했고 전체 성적은 5할 승률이 무너진 39승 41패로 5위를 기록했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야구선수도 마찬가지다. 약점이 없는 선수는 없다. 그런데 그 약점이 상대방이 공략하기 쉬운가 아닌가에 따라 차원이 달라진다. 가령 테임즈도 약점이 있는 선수였다. 몸쪽 높은 공에 약했는데, 설령 그런 부위에 약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리그에 에릭 테임즈를 상대로 그런 공을 아무 부담없이 던질 투수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걸 알고있던 양의지는 한국시리즈에서 테임즈 상대로 철저히 높은 공으로만 승부했다. 의지님, 한국시리즈 마지막 게임에서 테임즈의 홈런은 만들어 주신거죠?)
반면 배탄코트는 너무나도 공략하기 쉬운 약점이 있었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 하나만 던지면 그게 볼이던 스트라이크던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헛스윙을 이렇게도 우아하게 할 수 있다는 듯이 특유의 긴 팔로 아름다운 궤적을 보이며 삼진을 당했다. 그런 선수가 믿기 힘들게도 6월 16일 엔트리에서 말소될때까지 거의 전 경기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부상선수가 많은 가운데, 3위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희망을 줬던 NC는 이 시점을 계기로 와일드카드전 진출이 목표로 바뀌게 되었다.
3. 박진우와 돌격 3대장. 가을야구를 향해 치고 달리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나갔던 NC는 마무리 투수도 좋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불펜에이스를 가지고 있던 팀이었다. 최근 들어서면서 마무리 투수보다 위기상황에 등판하여 불을 끄는 첫번째 불펜으로서의 불펜에이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NC는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에이스를 가진 팀이었다. 김진성이 있었고 이민호가 있었고 원종현이 있었다. 한번씩 원포인트로 임정호가 등판했고 강윤구도 그 자리를 잘 메웠다.
작년에는 클로저인 임창민의 부재도 뼈아팠지만 불펜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선수들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린게 아픈 부분이었다. 그런데 올해 9월 들어서 확실한 불펜에이스가 등장했다. 바로 박진우다. 박진우는 9월 선발투수가 내려간 이후 첫번째 불펜으로 11게임에 등판하였다. 총 17과 1/3이닝 투구하여 볼넷 2개와 피안타 14개를 기록하는 동안 삼진을 무려 17개를 잡아내었다. WHIP는 1.02를 기록했고, RE24는 8.85를 누적해서 특급이었다.
김태진과 이명기, 박민우로 이어지는 돌격 트리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김태진과 이명기는 2015년의 박민우, 김종호가 기억될만큼 훌륭한 테이블세팅 능력을 보였다. 이명기는 69타수 22안타와 4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단 7개의 삼진을 기록하여 0.319의 타율을 기록했다. 김태진은 전반기에 좋은 활약을 보인데 반해 하반기 들어서면서 조금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중요한 게임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였다.
하반기 김태진의 스탯은 조금 미비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와일드카드전 선발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그런대로 이해할 측면이 있다. 하지만 김태진이 9월 결정적인 게임이었던 KT전에 출장하여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게임에 김태진을 선발 라인업에 넣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세 선수의 활약으로 NC다이노스는 9월 24일, 시즌을 6게임을 남기고 1년 만에 포스트시즌 복귀를 확정했다.
4. 올해의 게임 : 9월 13일 수원 KT전
NC의 정규시즌은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았다. 무섭게 성장한 KT위즈가 맹추격을 펼치면서 9월 8일에는 NC와 승차없는 공동 5위를 기록했다. KT에 밀리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는 순간었다. 추석연휴 기간인 9월 12~13일 수원야구장에서 펼쳐진 KT와의 2연전은 주목받는 게임이었다.
1차전이었던 9월 12일은 김태진이 4타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거뒀다. KT와의 승차는 다시 2.5G차로 벌어졌다. 하지만 9월 13일 2차전에서 패한다면 게임차는 다시 1.5G차로 줄어들 수 있었다. 그리된다면 남은 12게임에서 순위가 바뀔 수도 있었다.
9월 13일, NC의 선발투수는 시즌내내 에이스로 활약한 루친스키였고 KT의 선발투수는 쿠에바스였다. 게임을 지켜보면서 쿠에바스의 구위가 너무 좋아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4회초에 쿠에바스가 잠깐 흔들린 순간이 있었는데 NC의 선수들이 그 순간을 잘 공략해냈다. 박민우, 양의지, 모창민, 스몰린스키가 4연속 안타로 3점을 내면서 게임의 흐름을 가져왔다. 5회말 루친스키가 2사 만루 상황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152km 속구로 로하스를 돌려세웠고 이 위기를 벗어나면서 승기가 NC로 기울었다.
6회말에 배재환, 7회말에 김건태가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에도 김건태가 올라왔는데 위기를 맞이하자 장현식이 구원하여 1점으로 이닝을 막아냈다. 9회말에는 원종현이 등판하여 게임을 마무리 지었다. 게임내용도 좋았고 이 게임을 통해서 KT와의 승차를 3.5G차로 벌였기 때문에 NC는 포스트시즌 복귀가 사실상 확정되었다.
5. M.I.P. (Most Impressive Player) : 박민우
만약에 MVP를 꼽으라면 단연 양의지다. 양의지는 스탯티즈 기준으로 WAR 6.83을 기록했는데 이 수치는 NC 통산기록으로 15년의 에릭 테임즈가 기록한 10.87 다음으로 높은 기록이다. 올해만 보면 양의지 6.83, 박민우 5.73, 루친스키 4.66, 박진우 3.83, 노진혁 3.37, 박석민 3.07 순이다.
한국의 세부통계는 아직 미비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WAR라고 해도 아주 정확한 혹은 정확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 통계는 아니다. 여전히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미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수치를 아주 정확한 수치로 구분하기 보다는 단계로 끊어서 이 단계는 어느정도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15년의 에릭 테임즈가 기록한 10.87은 2000년 이후 2003년의 심정수 다음의 2번째 기록인데 이정도 수준은 특급을 넘어선,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수준으로 보면 얼추 맞아가리라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WAR 5이상을 기록한 양의지와 박민우는 올해에 한해서는 특급 수준의 선수였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두 선수를 놓고 고민하다가 올해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박민우로 선정했다. 양의지는 내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블로그와 신문에서 NC 최고의 선수로 선정해줄테니 굳이 나까지 선정해야될 이유가 있겠는가 싶은게 첫번째 이유였고 박민우가 임시주장을 맡아서 배탄코트 한번 살려볼려고 섬세한 매너를 보이는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이 두번째 이유다. 물론 성적 자체가 훌륭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박민우는 125게임에 출장해 161안타, 1홈런, 41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40개만 당했다. 타점은 44점, 득점은 85점, 타율은 0.344, OPS는 0.836이다.
6. H.O.N. (Hope of NC) : 김태진
올해 NC의 희망은 김태진이었다. 누군가 NC에 나성범과 박민우 다음에 누가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당연히 김태진을 이야기할 것이다. 김태진은 그만큼 인상적이었는데 6월달에 팀이 폭망할때 같이 폭망해서 그렇지 6월과 9월을 빼면 풀타임 1년차임에도 3할 가까운 타율을 계속해서 거뒀다.
특히 중요한 게임마다 출장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NC 선수들은 야구 참 예쁘게 한다는 생각은 들었어도 야구 참 독사같이 한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김태진은 야구를 독사같이 하는 선수다. NC의 돌격대장으로 앞으로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김태진은 123게임에 출장해 103안타, 5홈런, 16볼넷, 67삼진을 당했다. 타점은 46점, 득점은 44점, 타율은 0.275다.
7. 올해의 뜨거운 안녕 : 이종욱과 손시헌
작년 이종욱의 은퇴에 이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손시헌이 은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시헌의 수비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1년정도는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그의 은퇴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어떤 기사에서 손시헌이 자기를 보고 스타가 아니라면서 스타가 아닌 보통의 선수는 은퇴 같은 말 쓰면 안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걸 보고 참 어이가 없었다. 손시헌이 스타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스타인가. 골든글러브 통산 2회에, 정상은 못밟았지만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던 2000년대 중후반 두산 베어스의 주전 유격수 아니었나. 위대한 박진만과 함께 시대를 양분했던 명 유격수 아니었나. 그런 선수가 왜 스타가 아닌가. 올해 FA로 나오는 선수중에 전성기 손시헌만한 중량감을 주는 선수가 있나.
뭐 손시헌의 겸손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NC팬으로서는 롯데전에 5할만 해도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인식을 가르쳐준 선수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이면 무슨 말이든 틀린 말은 없다.
사실 NC다이노스는 1군 진입 이후 포스트시즌에 나간 해를 세는 것보다 못나간 해를 세는 것이 더 쉽다. 13년과 18년, 단 두 해만 가을야구를 못했으니까 말이다. 팀이 그렇데 단기간에 호성적을 낼 수 있었던데는 수비진의 빠른 정착이 컸는데 그 가운데 두 선수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1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박민우의 히드랍더볼과 문선재의 신들린 주루를 기억하고 있는 NC팬이라면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준 손시헌의 공로를 잊을 순 없다. 이종욱도 마찬가지다.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의 훌륭한 롤모델이 되어줬다.
이종욱의 플레이 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게 있는데 2015년 9월 1일에 있었던 삼성과의 게임이었다. 당시 직관을 했었는데 그때 삼성이 1위였고 NC가 2위였다. 당시 게임차는 1.5게임차여서 화, 수 2연전에서 NC가 모두 이긴다면 NC는 정규시즌 1위도 가능한 시점이었다. 9회초에 이승엽이 2점홈런을 치고 점수차가 3점으로 벌어지면서 아 오늘 어렵겠구나 했던 찰라였다. 9회말에 타석에 들어선 이종욱이 임창용을 상대로 3점홈런을 뽑아내면서 게임을 연장으로 이끌었다.
물론 연장에서는 박해민의 미친 주루가 나오면서 NC는 패했고 이후 NC는 정규시즌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삼성 측에서는 그 두 게임에 억대의 메리트가 걸려있었다고 한다. (메리트는 관행적으로 지급해왔던 음성적인 승리수당이다. 게임마다 책정된 금액은 다르며 중요한 게임일수록 금액이 커진다. 삼성 라이온즈가 2게임에 책정한 억대의 메리트는 관행상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많은 금액이다. 음성적인 메리트 제도는 2016년부터 공식적으로 폐지되었고 이후 삼성 라이온즈는 포스트시즌에 못나가고 있다.)
두 선수의 활약상을 NC의 팬이라면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선수의 앞날에 무한한 축복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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