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겨울이 끝날때 쯤이었다. 첫 직장의 기쁨에 설레있었던 나는 첫 차의 기쁨도 같이 누리고 있었다. 회사는 천안의 목천이라는 곳에 있었던 작은 공장이었다.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공장만 있던 회사였다. 문제는 교회였는데 기숙사 주변에 있는 교회는 노인분이 많은 교회였다. 청년들이 많은 교회를 찾다보니, 공장 기숙사가 있는 곳에서 꽤나 멀리 나가야 했고 그래서 어머니가 교회가라고 사준 차였다.
'99년식 황금 마티즈.
이후 부산에서 일할때 모부장님은 똥색 마티즈라고 했지만, 나는 황금 마티즈라고 우겼다. 나는 이 차를 느리지만 착한 아이라고 아꼈다. 차에 별 욕심이 없는 나는, 자동차세 적게 들고 보험료 적게 들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이 차는 최고의 차였다.
느리지만 착한 아이. 지금 차는 쓸데없이 크다.
하루는 우체국이 있는 읍내로 가기 위해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다. 녹을 것 같지 않던 눈이 녹고, 논은 푸른끼를 되찾고 있었다. 겨우내 꽁꽁 닫았던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쐴까했다. 근데 창문을 내렸을때 익숙한 풍경이 아니라 어색한 풍경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시골길에 어울릴만한 트랙터나 경운기가 아니라 도로변 양쪽으로 고가의 외제차가 즐비한 풍경이었다. 외제차도 그냥 외제차가 아니라 꽤나 비싼 차들이었다. 벤틀리, 벤츠 S클래스 같은 차들이었다.
아니 이런 시골에 이런 고급 승용차가 있는거지? 나는 무슨 영화에서만 나온 듯한 시골 도박판이 벌어진 줄 알았다. 재벌 2세들이 모여서 도박치는 그런 하우스 말이다. 그 인근에는 그 차들이 어울릴만한 근사한 건물 같은 것은 없었다. 회사로 돌아와서 당시 사수였던 모과장님께 읍내로 가는길에 그런 차들이 있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모과장님이 들려주시길 그 근처에 있는 유치원 원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이후에 알았다. 아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원장하면 저런 값비싼 외제차를 탈 수 있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얼마전 한유총의 난리굿을 지켜보면서, 저 사람들에게 유치원의 교육과정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슨 엄청난 세금을 메긴다는 것도 아니었고 정부에서 가혹한 행정제재를 가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유치원에 나라의 세금이 들어가니 회계를 국가회계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단지 그것만으로 원생을 받지 않고 입학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자들이 자기네들이 정한 교육과정을 연기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네이버지도로 그 지역을 살펴봤다. 이 황량한 길에 끝없이 늘어선 고급 승용차를 보면서 느꼈던 위화감을 최근의 한유총사태을 보며 다시 느낀 것은 그들이 하는 짓거리가 그만큼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깟 벤츠 안타면 어떻냐. 그게 당신의 직업적 프라이드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 나는 그들에게 그런 의문을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