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살인, 퍼스트맨, 보헤미안 랩소디

※ 스포일러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듣는 사투리가 참 반가웠다. 요전에 마산야구장에 갔을때 옆자리에 계셨던 아줌마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었다. 도저히 스크럭스는 안되겠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게임이 끝났을때 아줌마가 나보고 잘 올라가라고 하셨다. 내가 어디서 왔다는 이야기는 안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온 서울말 흉내내는 억양을 눈치챘던 모양이었다.

특히 김윤석이 들려준 사투리는 네이티브가 아니라면 그 감정을 완벽히 전달하지 못하는 말들이 많았다. '장난하나', '허~ 임마 이거 완전 개새끼네' 이런 것들 말이다. 마지막 대사인 '어딨노 니' 같은 것은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맛깔나는 김윤석의 사투리 연기.

얼마 전에 안시성을 보면서 한국영화는 롯데 자이언츠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조인성 나오고 토성쌓고 난리굿을 직이면서 돈은 돈대로 떼리붓는데 막상 나온 결과물은 참 초라한, 그런 상황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영화는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서 그나마도 극장에서는 잘 안보게 되었다.

올해 암수살인까지 10편 정도 봤는데, 그중에서 단연 군계일학이다. 보고나서 블로그에다 감상을 적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영화는 리틀 포레스트와 버닝이었는데 이 영화도 당연히 그 범주에 들어가는 영화다. (리틀 포레스트는 올렸고 버닝은 쓰다 포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한국영화. (지극히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의 취향입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타짜에서 짝귀를 맡은 그 아저씨가 다시 나와서 김윤석에게 덤비지 말라는 충고를 하는 장면이었다. 의도한 장면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짜에서 아귀역을 맡았던 그 김윤석에게 덤비지 말라는 충고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지 않나 싶다. 그 장면때문에 관객들이 주지훈의 숨겨진 의도를 알게 되었고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포인트를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김윤석이 그 충고를 듣고도 무시한다는 점도 타짜와 닮은 점이랄까.

주인공 말리는 역할의 본좌 배우님.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야기 전개가 다소 산만했다. 촬영 후반부에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가 튀었다던데 그 영향일까. 동성애와 이성애, 밴드내의 역학관계 등등의 이야기가 뒤섞인채 산만하게 전개되지만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씬이 그 모든 것을 상쇄해버린다. 역시 인생은 한방인걸까.

퍼스트맨은 영웅의 숨겨진 단면을 아주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지구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달을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달의 오른쪽 단면만을 보고있을 뿐이다. 지구인 중에서 그 누구도 달의 반대쪽 면을 본 사람은 없다. 영화 퍼스트맨도 그 사실을 알려주듯이 모든 지구인이 다 알고 있는 영웅의 숨겨진 뒷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다.

달에 착륙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들, 수많은 희생자들, 불안에 내몰리는 비행사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내야하는 가족의 이야기까지. 인간이 최초로 달에 갔다는 위대한 사실만큼이나 숨겨진 뒷 이야기도 충분히 흥미롭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였다. 아주 흡족하게 본 영화.

암수살인, 퍼스트맨은 추천.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럭저럭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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