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한지 오래된 영화라 스포일러가 넘쳐납니다.
정확히 말하면 난 장국영 세대가 아니다. 어릴때부터 장국영이 나온 영웅본색을 보다가 장국영이 죽은날 충격을 받은 케이스가 아니다. 정확히는 오히려 그가 죽고나서 케이블에서 해주는 장국영특집을 보고 그를 좋아하게 된 케이스다. 장국영이 죽기 전까지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의 영화는 종횡사해였다. (물론 잘생긴 꽃미남배우로는 알고 있었지만)
고3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케이블에서 해준 장국영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아비정전이었다. 특유의 분위기와 영화의 색감에 완전 매료되었다. 내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건 아마 60년대 홍콩의 거리일 것이다. 거기다가 항상 순간을 기억하라는 오글의 극치인 그 대사도 당시에는 정말 멋있어 보였다.
그가 죽고 15년째인 올해, 오리CGV에서 아비정전을 다시 틀어주었다. 아비정전을 맨날 집에서만 보았기에 이건 꼭 봐야해 하고 갔다. 그리고 아비정전은 여전히 좋은 영화였다.
영화를 다시보니, 이 영화는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국영은 친모의 사랑을 가지고 싶어한다. 장만옥은 사촌과 같은 안정된 가정을 가지고 싶어한다. 유가령은 싸구려 인생에서 구원해줄 돈많은 사람을 가지고 싶어한다. 장학우는 그런 유가령과 어느순간부터 유복한 삶을 살게된 장국영의 삶을 가지고 싶어한다. 유덕화는 자유로운 삶을 가지고 싶어한다.
가지지 못한 것 중에서 가지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 중 대다수는 가지지 못한다. 영화에서 청춘의 아이콘인 장국영은 자기가 그토록 가지고 싶은 것을 결코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산화되고 만다. 어쩌면 청춘이란, 가지고 싶은 것 중 대다수는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상태를 일컫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도대체 나의 청춘은 몇년전에 끝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