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새누리에는 없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에는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권주자입니다. 김무성이 있지 않느냐는 말도 있지만 공천파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그 어떤 영향력도 보여주지 못했으며 그 이전에 박근혜가 배신의 정치 운운하면서 유승민을 잘라낼때 항의한번 못해보고 유승민의 낙마를 지켜보고만 있는 등 독자적인 대권주자로서의 모습을 갖지 못했습니다.
반면 문재인은 박근혜 당선 이후 긴 시간동안 차기 대통령지지도 조사에서 항상 수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등 누가봐도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안철수 또한 야권단일화 요구를 거부한채 호남과 리버럴 연합이 파토나든 말든 자기장사를 잘해나가며 어느정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습니다.
흔히들 새누리가 너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새누리가 못한다고 해서 그 표가 더민주에게 오는게 아닙니다. 그냥 그 표가 공중에 뜬 채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지요. 새누리의 실정으로 인해 새누리 지지층이 투표하지 않는 가운데 더민주를 지켜보는 범야권 성향의 유권자를 투표소로 나오게끔 만드는 어떤 기제가 작동한 것입니다.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문재인입니다. 문재인을 미래 집권세력으로 인정한 유권자들이 더민주가 대안세력으로 정권을 수립할 수 있도록 그 힘을 보태준 것이지요.
회사동료를 뺀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 2번 뽑아달라고 이야기 하면 왜 2번을 뽑아야 하는지 물어봅니다. 그럴때 정책이라던지 이념이라던지 이런거를 이야기해도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사실 더민주나 새누리나 정책적인 차이는 별로 없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누가 먼저 주장 했던간에 정책은 서로 베끼고 베꼈기 때문에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가면 차이를 보이겠지만 큰 그림적인 측면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거든요. (아마 실천의지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거를 앞두고 제시하는 공약은 대동소이합니다.)
그럴때 가장 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우리 문재인 대통령 한번 밀어주이소, 살려주이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책이나 이념 이런거와 상관없이 가장 간명하게 설득이 됩니다. 이번 총선결과를 보면 바로 이 차이가 승부를 가른 가장 큰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선거프레임을 경제프레임으로 전환하고 그 역할을 가장 잘 맡을 수 있는 인물인 김종인을 당밖에서 데려와서 비대위원장으로 세운 것도 문재인이고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한 이도 바로 문재인입니다. 그걸 빼놓고 이번 선거의 공을 온전히 김종인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문재인 대통령을 바라보고 수도권과 영남과 충청의 수많은 유권자들은 더민주에 투표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문재인이 불출마를 선언해야 할까요? 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얻고 2008년 81석으로 쪼그라든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더민주가 원내 1당이 된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럴때 문재인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다면 더민주와 문재인대통령을 밀어주기 위해 투표소로 모여든 그 수많은 유권자에게 빅엿을 먹이는 행위입니다. 문재인은 절대 불출마 선언을 하면 안됩니다.
아마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서 가장 놀라고 있을 유권자들은 호남의 유권자라고 생각합니다. 호남은 맨날 고립되기 싫다고 했지 않습니까? 호남밖에서 강력히 호응해준 이번 선거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더민주가 이번 선거에서 100석도 위태롭다는 여론조사가 워낙 많이 나오니까 당밖의 확장성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더 있다고 본 모양입니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어떤 경향성마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그렇다면 여론조사를 보고 판단한 여론의 흐름은 어떤 속임수에 당한거다 라고 볼 수 있는 거겠죠.) 그런데 선거결과는 완전 딴판이지요.
호남 유권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적합성을 한번 더 물어봐야 합니다. 호남 밖의 상황을 본 호남의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걸 보고 나서 문재인이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