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의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먼저 우리가 왜 가을야구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그렇게나 가을야구를 갈망하고 꿈꾸는가? 그것은 바로 가을야구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나 다들 가을야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가을야구에 참가하는 팀이라면 누구라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삼는다. 그 어떤 팀도 최종적인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는 팀은 없다.
그런 면에서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은 일단은 팀의 다음라운드를 진출할 것을 우선시해야겠지만 그것에 앞서서 생각해야할 것은 결국 한국시리즈를 우승할 수 있도록 전력을 계속해서 유지시키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승리하였지만 만신창이가 되어서 올라간다면 결국은 그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팀에게 질 수 밖에 없다. 그 점에서 조범현 감독의 투수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범현 감독의 투수기용을 문제시삼는 부분은 조범현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좀 늦었다는데에 있다. 다른 투수로 바꾸어서 일단 막아야 할 타이밍에 그 투수를 믿고 조금 더 끌고 갔다가 두들겨 맞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은 한박자 빠른 교체타이밍의 투수운용 철학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면 이렇게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을 가져갔을때의 단점은 과연 없는 것일까.
투수교체를 빠르게 가져가는 것에는 분명히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투수교체를 한박자 빠르게 가져가면 구위가 좋은 투수가 상대방의 흐름을 끊음으로서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의 최대 단점은 투수를 너무 많이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투수를 많이 소모하면 게임을 많이 하면 할수록 투수들의 체력고갈로 경기를 잡기가 힘들어진다.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는 트렌드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이 왜 그렇게나 정규시즌 1위에 집착했는지는 바로 이 단점을 생각하면 명백히 드러난다.
조범현 감독의 기아는 정규시즌 4위로 게임을 끝냈다. 기아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걸쳐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해야한다. 패를 한번도 하지않고 승리만 거둔다고 해도 필요한 승수는 총 10승이다. 중간에 패라도 한번 한다던가 박빙의 대결을 펼친다면 최악의 경우 17게임을 해야한다. 거기다가 포스트시즌은 총력전이기에 모든 선수들이 혼신을 다 쏟아서 경기한다. 한 경기의 부담감이 정규시즌에서 두 세경기를 펼치는 부담감과 같은 무게를 가진다.
결국 조범현 감독이 그렇게나 투수를 길게 끌고간데에는 기아가 앞으로 치뤄야할 게임수가 많기 때문에 투수를 아끼기 위해서 그렇게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준플레이오프에서 SK만을 이기는 것이 기아의 목표라면 선수들을 마구 소비해가면서 승리를 하나씩 챙기면 된다. 그렇지만 기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고 그걸 위해서는 지금 당장 승리를 하나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력을 온전히 아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기아 조범현 감독의 투수운용은 그런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