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연말이 다가오네. 대학 1년의 생활. 정말 모든걸 다 가진듯한 자유를 느낄 것 같았던 대학 그리고 1년. 그 끝이 보인다. 내가 1년전에 친 수능은 올해도 어김없이 행해졌고, 또 어김없이 수능에 관한 말들이 수능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남아있다. 날씨도 추워지고, 정말 강추위때 쓰는 파카는 있으므로, 그냥 가벼운 추위일때 입을 수 있는 자켓도 하나 마련했다. 2004년의 겨울도 어김없이 추워지고 있고, 2005년의 따뜻한 봄도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매년매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고, 난 성장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가만히 올해를 되새겨봤다.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정말 모든걸 다 가진듯한 자유를 가졌다고 믿어왔지만, 1년이 지나 다시 되새겨 보면 너무나도 허무하게 시간을 보낸거 같다. (나는 허무하게 보내는 것조차 자유라고 믿어왔던 것일까?) 미칠듯한 연애를 한것도 아니고, 미칠듯한 공부를 한것도 아니고, 미칠듯이 미래를 걱정해본적도 없다. 그냥 되는대로, 현실에 만족하며 그것이 마치 자유인양 살아왔다.
용기도 없고, 기백도 없다. 뭘 해봐야겠다는 의지도 없다. 그냥 사는대로 산다. 흘러가는 대로 내가 뭘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고, 뭘해야되는지도 모르는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묻어가서 산다. 이제까지 난 그것이 자유인줄 알았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 하지만 진짜 자유는 어느 한가지에 미쳐보는 것이 자유인 것 같다. 어느 한가지에 미쳐 그 것에 관한한 어느 누구보다도 더 깊은 자유를 누리는 것. 나도 내가 무슨 말을 적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건 내가 이때까지 자유라고 믿어왔던 것이 진짜 자유라는 게 아니란 걸 알았을 뿐... 내 삶의 우물은 어디까지 들어가 있는 걸까? 나는 그저 세번 삽을 파낸 우물에 불과하다는 걸 이제야 알 듯 싶다. 나는 그 우물속에서 아주 조그만 미동에도 크게 요동치면서 그게 자유라고 생각해왔다. 하기사 그게 자유가 맞긴 맞다. 그 우물에 안주하면서 자유롭게 그 작은 웅덩이에선 움직일 수 있으니까.
세번 삽을 뜬 우물에선 그 세번 삽을 뜬 우물만큼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어찌보면 그건 이 넓은 우주에서 정말 작은 공간 그 안에서의 자유다. 그 우물밖에서 그 우물을 본다면 그건 자유가 아니라 얽매여 사는 것일 것이다. 나는 그 안에서 이게 자유야 하고 살아왔다. 지하 30미터의 미네랄 암반수를 만나지도 못했고, 지하 100미터의 석유를 만나지도 못했으며, 지하 288미터의 다이아몬드를 만나지도 못했다. 지하 2900킬로미터밑의 마그마는 더더욱 보지 못했다.
내 삶의 우물의 깊이를 넓히자. 지하 2900킬로미터를 내려가서 마그마에서 타죽는 자유를 경험해보자. 세번 떠내려간 우물에서 무슨 자유를 느낄 수 있겠는가. 석유와 미네랄 암반수와 다이아몬드와 마그마가 뭉쳐서 역류치는 그 우물속에서 헤엄치는 것만이 진정한 자유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