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레이지』(2010) 기타노 다케시 감독 / 기타노 다케시, 시이나 깃페이, 쿠니무라 준 주연
아저씨에서나 우아한 세계에서나, 조폭 두목이 그렇게나 친동생을 챙기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무렴 조폭들 세계가 이렇게나 더럽고 추잡한 곳이니, 오죽하면 믿을게 핏줄밖에 없겠냐는 말이다. 배신과 배신은 꼬리를 물고,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한 말은 다른 것은 예사, 뒷통수 때리는 일은 일상다반사로 이루어지는 게 바로 조직세계였던 거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남자들의 의리니, 건달들의 의협심이니 다 X까라는 이야기다. 딱 깨놓고 말해서 조폭들이 남들 등쳐먹고 사는 족속들 아닌가. 남들 등쳐먹는게 주특기인 애들한테서 처음부터 의리니 의협심을 요구하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사람을 등쳐먹는 일이나, 그 조폭들을 등쳐먹는 일이나 등쳐먹는 거는 똑같은 일이고 거기에 누가 더 나쁜가를 판단하는 거 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200년 식민통치를 당한 나이지리아보다 36년밖에 식민통치 당한 우리나라가 더 행복한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강간은 한번 당했건, 백번 당했건 강간 당한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일인거다.)
현실을 냉정하게 한번 보자는 거다. 우리 현실속에는 실질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엉뚱한 미사여구들로 포장되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다. 이 영화는 완벽한 사실주의 연출을 통해서 이 세상의 또다른 단면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덕분에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 속 신화에 대한 감탄이나 탄사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또 다른 생각을 해주게 만들어 주고 있다.
솔직히 인정해야 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너 나 할 거 없이 다 속물들인거 인정하자. 다 자기 생각이 있을 것이고 겉으론 다른 이유를 대더라도 또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거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속물적 행동들을 정당화시키지는 말자. 우리가 우리의 속물적 행동을 정당화 시켜서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순간, 그 결말은 영화속 결말과 달라질게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