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부산영락교회 청년회지 '오후네시' 2010년 봄호에 수록된 글입니다.
교회 주변 명소 탐방이라는 코너에 수록된 글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부산이라는 도시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부산이 그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역사를 따져보면 부산이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 지는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오히려 긴 한국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시기동안 부산은 중심적인 위치가 아니었고 주변적인 위치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한국이 근대화 과정을 거치고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상황이 변화하게 되는데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부산은 큰 성장을 이루게 된다. 역사가들은 한국의 역사를 분류하는데 있어서 중세시기에서 근대시기로 넘어갈 때 이루어졌던 가장 결정적 사건을 바로 강화도 조약으로 지목한다. 이 강화도 조약으로 최초로 개항된 항구가 바로 부산항이었고, 그 이후 부산은 한국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한국 물자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주요 통로로서 많이 활용되었고, 광복 이후 한국전쟁기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들어서기도 하였다. 그리고 60~70년대 급속한 공업화가 이루어졌던 시기에는 주요공업지구로서 큰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현재는 한국에서 제일 큰 항구도시이자,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이 사는 도시가 되었다.
이런 부산의 근현대 역사를 다룬 곳이 있다고 해서 한번 찾아가보게 되었다. 그곳이 오늘 소개할 부산근대역사관이다. 부산근대역사관은 부산광역시 중구 대청동 99번지에 위치해있다. 과거에는 이 건물에 미문화원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교회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는데, 우리 교회에서 출발해 대청로를 따라 부산우체국 방면으로 가다보면 한국은행 부산지점 옆에 바로 이 건물이 위치해있다. 개관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고, 휴관일은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글쓴이는 이것도 모르고 월요일 날 갔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관람료는 무료이다.
우리 교회에서 출발해서 역사관으로 가는 길에는 부산의 구도심인 국제시장과 보수동 책방골목을 만날 수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옛날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헌책들과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향취를 느낄 수 있어서 참 기분이 좋은 곳이다. 그 중에서 ‘우리글방’이라는 곳은 헌 책과 함께 가벼운 커피 한잔을 할 수 있는 매우 여유로운 곳이었다. 인테리어도 옛날의 고즈넉한 멋을 잘 나타내고 있고 간단한 식사도 제공하고 있어서 약속장소로도 아주 적합했다. 또 국제시장에는 조그마한 소품들을 파는 예쁜 가게들도 여러 개가 있었다. 이런 조그마한 소품 가게들은 소품을 사기위해 찾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반가운 존재들이겠지만, 굳이 소품을 사기위해 이곳을 찾지 않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주 반가운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예쁜 가게들이 많은 거리가 그렇게 흔치 않다. 무식하고 대책 없이 크게 설치된 각종 건물의 간판들은 눈만 어지럽게 할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삭막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부산근대역사관 안으로 들어가면, 총 200여점의 유물과 각종 영상물, 모형물들이 2층과 3층으로 나누어진 공간에 전시되고 있었다. 2층 전시실은 ‘부산의 근대개항’, ‘일제의 부산 수탈’, ‘근대도시 부산’이라는 3개의 주제별 전시실로 꾸며져 있고 일제의 침략과 수탈로 형성된 부산의 근대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3층 전시실은 ‘동양척식주식회사’, ‘근현대 한미관계’ 등으로 구성하여 제국주의 세력의 침탈상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은 ‘부산의 근대거리’를 재현한 곳인데, 전차모형과 전차길, 그리고 일제강점기 때의 대청동 거리를 재현하여서 실제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도 주고 있었다.
나는 이제까지 역사를 공부하면서 흔히들 얘기하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비춘다는 일반적인 역사의 필요성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는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세계는 과거의 세계와는 여러 가지 상황도 다르고 조건도 다를텐데, 과거의 사례를 비추어서 미래를 조명한다는 것이 과연 옳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역사는 그렇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실제 살아있는 것이지, 죽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역사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살아있는 삶의 현장이기에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미래를 대비한다는 방법론적인 역사는 살아있는 역사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역사는 그 자체로 수단이 될 수 없으며, 목적이 되어야 한다. 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언젠가 이 부산근대역사관으로 가서 살아있는 역사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시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살아갔던 그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사는 거창하게 무엇을 암기하고 외우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 살았던 사람들을 그냥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