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나온 디오씨의 새 앨범이 너무나 반갑다. 얼마만인가? 디오씨가 아이 워너를 외치던 그 시절이 2004년이었으니, 벌써 6년이 지난 셈이다. 1년에도 앨범을 몇 개씩 내는 가수들이 넘쳐나는 요즘에(그리고 4년이면 수명이 다한다는 아이돌 가수들이 판치는 요즘은 더더욱) 6년만에 만나는 디오씨의 앨범은 그야말로 단비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단순히 6년만의 신보라고 해서 아무 가수나 다 기대를 하고 듣게 되는건 아니다. 내가 디오씨의 신보를 보면서 그 누구보다 기쁜 것은 디오씨가 보여준 그 이전의 작품들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번씩 꺼내서 듣게 되는 앨범이 바로 디오씨의 10년전(!) 앨범이었던 5집 'DOC Blues'앨범이었고, 그 앨범을 들으면서 디오씨의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조금씩 키워갔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저번 6집에서의 결과물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아이 워너라던지 수사반장이라던지 흥미로웠던 트랙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아직 5집의 감동을 간직하고 있는 나로서는 6집의 결과물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어쨌든 그렇게 기다려왔던 디오씨가 신보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앨범을 듣고! 감격에 겨워! 이 글을 써내려가 본다.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트랙이다. 처음에는 밤쉐이키가 쉐이크잇으로 바꼈을 뿐 단지 런투유 2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이 트랙이야 말로 가장 디오씨 다운 트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TV에서 나오는 디오씨의 모습을 보면서 이 노래를 들었을때,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들의 디오씨는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동네양아치 형님같은 그 느낌. 다른 동네에서 한 대 맞고 오면 나 대신 가서 그 동네 양아치들하고 싸워줄 거 같은 그런 느낌. 그 느낌이 아직 남아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귀에 꽂히기는 용감한 형제가 참여한 투게더가 더 확 꽂히지만, 그 곡보다 이 곡에 더 디오씨적인 느낌이 살아있어서 난 이 노래를 더 좋게 생각한다.
금방전에 언급한 용감한 형제가 참여한 투게더는 확실히 귀에 꽂히는 여름용 댄스곡이다. 요즘 가장 핫한 작곡가 답게 곡 자체도 시원시원하고 귀에 확확 꽂힌다. 쿵따리 샤바라, 비행기(거북이), 홀드 더 라인을 잇는, 여름노래라고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여름에 들으면(또 여름에 나온) 정말 시원한 느낌을 주는 곡의 계보를 이을만한 좋은 곡이다. 근데 이젠 브레이브 사운드 그 소리를 맨 끝에다 넣는 구나. 확실히 앞에 넣는 거보다는 나은 거 같다. 앞에 놔두니까 다 똑같은 곡 같아서 그닥...
또 주목할 트랙은 '이리로'란 트랙. 난 이 트랙에 적힌 피쳐링 명단만 보고도 깜짝 놀랬었다. 피쳐링에 드렁큰 타이거와 신이슬로가 적혀있는 거였다. 예전에 주석이 언급했던 마스터플랜과 무브먼트사이에서의 불화를 생각한다면 전혀 나올 수 없는 곡이 적혀있어서 정말 깜놀했다. 그리고 들어보니 곡은 예상보다 굿. 그 전에 나온 또다른 패밀리 곡인 썩커스보다는 밝은 곡이라서 조금 더 내 스타일에 근접했다. 중간에 이하늘이 나와서 무브먼트고 YG고 부다고 상관없이 다 같이 악수~ 하는 장면보니까 이제 오해가 다 풀린거 같긴 같네. (하긴 리쌍이 불렀던 '내가 웃는게 아니야'라는 곡도 리쌍하고 이하늘이 낚시터갔다가 이하늘이 내가 요즘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하는 말을 듣고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고 하니, 무브먼트하고 마스터플랜과의 안좋은 이야기는 이제 다 지난 이야기가 된 듯 싶다.)
그리고 요즘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부치지 못한 편지'란 트랙. 진실은 뭐, 당사자들 사이에 있는 일이니 법정공방까지 가지않는 한 진실은 밝혀지기 힘들 거 같고,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이렇게 넘어갈 듯 싶다. 적어도 조선일보에서 말하는 것처럼 노이즈 마케팅은 좀 아닌 거 같다. 디오씨가 무슨 신인가수도 아니고 6년만에 새 앨범 나오는 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뭐하러 노이즈 마케팅을 할까. 디오씨가 엠피쓰리로 다운로드해도 좋으니까 제발 많이 들어주세요까지 말하는 걸로 봐서는 앨범에 대한 자신감도 있는거 같은데, 굳이 노이즈 마케팅에 쓸 용도로 이 곡을 넣은 거 같진않다. 왠지 모르게 그 기사는 클론과 그 뒤에 있는 김창환 프로듀서의 입김이 느껴지는 그런 기사였다.
조선일보 / 이하늘 형과 내 애인이.. 무엇을 위한 고백인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30/2010073001005.html
그리고 노래 가사를 잘 듣다보니 클론이 불렀던 '내사랑 송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내사랑 송이'에서 멜로디가 되는 부분의 주요 가사는 '널 보면 내 맘이 아파~' 이렇게 진행이 된다. '부치지 못한 편지'는 '힘든 널 바라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거 같아~'이렇게 진행이 되니까 가사 내용이 좀 흡사하게 느껴져서 디오씨가 클론 노래를 비꼬아서 한번 더 디스를 한건 아닌지 살포시 추측해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남자보컬 목소리도 좀 비슷한거 같기도 하고... ㅋ 만약에 부치지 못한 편지의 가사가 사실이라면 디오씨 입장에서는 내사랑 송이라는 노래까지 부른 클론이란 가수가 얼마나 우습게 느껴졌을까?)
이외에도 주목할 곡은 이승환이 피쳐링해준 Love란 곡하고, 양동근이 피쳐링해준 인 투 더 레인. 특히 이승환이 피쳐링해준 Love는 가장 대중친화적인 곡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흠... 노래 괜찮다.
디오씨의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괜찮은 앨범이다. 6년전에의 실망을 힘껏 만회하는 듯한 훌륭한 앨범이다. 근데 한가지 아쉬운건 12트랙밖에 없다는 사실. 12곡이라는 짧은 앨범 구성이 6년간의 공백을 말끔히 씻어주기엔 조금 부족해서 적은 트랙수가 더욱더 아쉽게 느껴진다. 저번 5집은 무려 17곡이었다고! 또 디오씨가 몇 년있다가 앨범을 발표한다고 생각하면... 12곡의 트랙수는 좀 많이 아쉽게 느껴진다. (근데 중요한건 이 앨범의 유일한 단점이 바로 저 트랙수에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