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주 금요일날, 포도당에다가 일정한 약품을 추가시켜서 수액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주사바늘로 정해진 용량만큼 약품을 빨아들이고 그것을 수액으로 만들 용액에다 주입시키는 게 내 일이었다.
그리고 그날따라 이상하게 주사가 잘 말을 듣질 않았다.
평소에는 니들 한 두개만 있으면 되는데 주사바늘이 잘 말을 안들어서 니들을 한 세네개를 갈아끼웠다.
유난히 뻑뻑했던 니들때문에 한껏 힘을 줘서 주사기를 포도당에다가 꽂았고,
그 주사바늘은 원래 들어가야할 통로로 들어가지 않고 삐져나와서 내 손가락에 박혀버렸다.
#2.
내가 요즘 하는 일은 동아대병원 안에 있는 약국에서 입원해있는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액을 만드는 거다.
가장 기본적인 영양제는 물론이고, 요즘은 항암제까지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금요일은 가장 바쁜 날이다.
토요일하고 일요일은 수액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주말에 쓰일 수액까지 미리 제조를 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전내내 바쁘게 일을 끝내고 밥먹을 시간이 왔다.
이제 밥먹고 조금 쉬면 되겠구나 싶어서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그때 엄마한테 문자가 하나왔다.
1시 30분까지 동아대병원 통증클리닉에 있을테니까 올라오라고.
밥먹고 양치하고 나면 1시 30분일테고 엄마 만나러가면 또 쉬지 못할건 당연했다.
아 이제 좀 쉴려고 했더니...
확 짜증이 밀려왔다.
바로 통화버튼을 눌러서 엄마한테 말했다.
못 올라간다고, 피곤하니까 좀 쉴래요 라고 말했다.
전화기 건너편으로 조금 실망한 듯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엄마한테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었다.
#3.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셨다.
내가 오히려 엄마에게 이혼하라고 권유할 정도였다.
내가 돈벌어서 아빠가 갖다주는 생활비만큼 집에 보탤테니까 그냥 이혼하라고.
예전에 나이가 어렸을때 나에게 아빠는 이 세상의 진리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나이를 한두살 먹게 되고 사회를 조금씩 알게되고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힘이 생기게 되자,
아빠는 더이상 이 세상의 진리와도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절대 따라해서는 안될 '본보기'와 같은 사람이었다.
엄마는 아빠가 갖다주는 그 몇푼안되는 생활비때문에 이혼을 하지 못하고 계셨고,
난 아빠가 갖다주는 그 돈을 어머니에게 갖다드리기로 했다.
동생이 대학에 갈 그 1년 동안만 내가 돈을 갖다드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