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세계』(2007) 한재림 감독 / 송강호, 박지영 주연
예나 지금이나 명절이 좋은건, 좋은 영화들을 TV에서 많이 볼 수 있다는 거다. 뭐 요즘은 하도 인터넷과 케이블이 잘 되어 있어서 보고 싶은 영화를 거의 언제든지 볼 수가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해서 TV에서 해주는 영화들을 참 많이 봤었다. 특히 명절때가 되면 TV에서 재미있는 영화들을 많이 해줬기 때문에, 이번 명절때 TV에서 무슨 영화를 해주는지는 많은 관심사가 되곤 했다. (또, 그때 생각하니까 용형호제, 종횡사해, 모험왕, 넘버쓰리, 쿨러닝, 노웨이아웃 같은 영화가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런 영화들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몇번이고 다시 보기도 했다. 그리고 쿨러닝은 어렸을때 내가 좋아했던 최고의 영화였다.)
심지어 명절 전날에는 평소에는 잘 보지도 않던 신문을 꺼내서 방송사마다 무슨 영화를 하는지, 정리를 해놓고 명절연휴동안 계속 집에서 채널을 돌려가며 영화를 봤던 적도 있었다.
어쨌든... 이번 설 연휴동안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다시 봐도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다.
송강호는 정말 최고의 배우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송강호라는 배우가 가진 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이렇게까지 영화 하나를 완벽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배우가 몇명이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걸. 송강호는 정말 우리 시대의 위대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정말 송강호의 대사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전부 놓칠 수가 없는 것들이고 이것이 곧 영화의 주요 포인트들로 연결이 되니, 이 영화는 그야말로 '송강호에 의한, 송강호를 위한, 송강호의' 영화인 셈이다.
아직도 여러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맨 끝 장면이다. 온 집안 식구들이 유학을 떠나고 그들이 보내준 테이프를 보면서, 송강호가 혼자 라면을 먹다가 집어던지는 바로 그 장면말이다. 가족들을 위해서 목숨걸고 돈을 벌고 새 집을 장만했건만, 송강호에게 남은 것은 라면 한그릇 뿐이었으니...
어떤 영화평론가 말만따라 무슨 놈의 홈비디오를 그렇게 길게 찍어서 보냈는지... ㅋ
어쨌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송강호는 정말 위대한 배우다.
그리고 우리네 삶도 그렇게 우아하지 못하다. 참 먹고 살기 힘든게 이 세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