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홍상수 감독 /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주연
며칠전에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감독이 위선에 대해서 지적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근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위선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행위를 한 사람들이, 자세히 알고보면 아주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보통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장면 중에,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유명한 화백이 엄연히 젊고 아름다운 아내(고현정)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말고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체면을 유지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감독이 이 등장인물이 하는 위선적 행위를 통해서 위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유명한 화백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으로서 성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본능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나도 그런 상황이 되면 그럴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거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유혹에 굴복하고 넘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한 신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그런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저 제목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전에 썼던 글은 이 세상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 편한대로만 생각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느새 위선과 가식이 너무나 필요한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점을 지적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지금 드는 생각은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떤 사람이나 행동을 '위선' 혹은 '위선자'라고 욕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거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그에 따라서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우리는 '나는 저런 상황되면 절대 안그럴거야' 하면서 그 사람들을 욕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야말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