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최대 이슈는 바로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고, 최근들어 최고의 쟁점이 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국론통합의 분위기가 아니라, 국론분열의 양상까지 띠고 있다. 온 나라가 한반도 대운하라는 쟁점에 달려들어서 토론을 하는, 그런 모습이다.
지난 10년간 진보정부가 정권을 잡아왔다. 그러다가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보수정부가 들어서려고 하고 있다. 보수정부로서는 진보정부와는 생각자체가 틀리기 때문에, 진보정부가 이끌어 놓았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정권을 이끌어 나가려고 할 것이다. 이런 정책의 전환은 많은 관심을 받게 되고, 또한 그만큼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난 이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라는 큰 쟁점을 내세움으로써, 한반도 대운하보다는 작지만 그 자체만으로 쟁점이 될 수 있는 조그마한 쟁점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수정부가 행하는 각종 정책들이 큰 쟁점이 되는 것을 막아 정부가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
마치 이건 TV광고에 나오는 그런 수법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15초 동안 흘러나오는 짧은 광고에서 소비자들이 혹할만한 내용은 대문짝만하게 등장하지만, 그 한 구석에는 여러 가지 제약 조건(소비자들이 조금은 찝찝할 수 있는 것)들이 조그마하게 제시되고 있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그런 의도로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들고 나왔고, 그로 인해서 다른 여러 정책들이 별다른 논의 없이 그냥 통과가 되어버린다면 난 그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충분히 논의를 거친 후에 통과가 되어야 할 문제들이,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된다면 그건 분명히 위험하게 될 소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인수위는 인수위의 경계를 넘어서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런 때에 우리는 인수위를 잘 봐야 할 듯 싶다. 큰 쟁점에 가려져서 묻혀지는 작은 쟁점들은 없는지, 충분한 토의없이 이루어지는 개혁사업들은 없는지, 눈을 뜨고 잘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추대한 불도저 대통령이, 역주행해서 시대를 거꾸러 가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