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잘 알려진 영화다. 이미 스타감독이 된 왕가위 감독의 다섯번째 영화로, 동성애를 다루었기 때문에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엔 몰랐었는데, 삼성 영상사업단에서 투자를 해서 이 영화 제작비의 3분의 1을 우리나라에서 투자했다고 한다.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였나? 그때 상영되어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보지 못하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봐야 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께 드뎌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네이버 영화사이트에 가서 정보를 찾아보니까 벌써 8년전 영화다. 그만큼 최근의 영화에 비해서 화면 품질이라던지, 이런건 떨어졌지만, 약간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이 영화를 더 도드라지게 만드는 요소인거 같았다. 개인적으로 첸카이거 감독의 영웅이란 영화도 아날로그틱한 느낌으로 제작되었더라면 더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영화에는 양조위와 장국영이 나온다.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은 양조위. 이 영화는 철저하게 남성들만의 영화다. 남성들 위주의 영화라기 보다는, 남자들밖에 안나온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본 여성분이 식당에서 투덜대는 아줌마 한명이랑, 끝에 대만청년 장(장진)에게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고 말하는 아가씨 두명이 다다. 남자들끼리 다 알아서 하니까 여자는 필요없다는 걸까? 하여튼 이렇게 여성분이 안나오는 영화도 오랜만인거 같다.
아휘(양조위)와 보영(장국영)은 전형적인 도시인이다. 그들은 도시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이다. 그들은 현대인이라면 느끼는 고독과 단절 속에서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시작한다. 그리고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 아이레스란 곳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그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도 그들이 꿈꾸었던 그런 안식과 평온을 줄 순 없었다. 그들의 눈빛은 언제나 욕구불만이다.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할 수가 없는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통해서 잠시 안식을 찾으려 했던 그들은 그속에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고 결국 헤어진다. 더 큰 고독과 외로움과 단절을 갖게 되는 것이다. 평온과 안식을 찾아서 오게 된 부에노스 아이레스라는 도시는 이들에게 더 큰 외로움과 고독과 단절을 주는 도시가 되고 만다. 힘들어하는 아휘앞에 언제나 밝은 얼굴을 가진 대만청년 장이 나타난다. 그둘은 외로운 타지생활을 이겨나가는 우정으로 작용한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휘는 결국 홍콩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다가 대만청년 장의 가족이 일한다는 대만의 요령야시장에 둘러본다. 그 곳에서 그는 대만청년 장이 왜 밝은 얼굴을 가졌는지 그 해답을 찾는다. 아휘는 홍콩에 들어와서 지하철을 탄다. 그 지하철속에서 그는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그에게 홍콩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묘한 기대감을 품은채 이 영화는 끝을 맞이한다.
감독은 현대인이 고독과 단절을 그냥 도망가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도망가는 그 곳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그 외로움과 고독을 더 키워주는 외로운 무인도가 되고 마는 것이다. 상처를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한발짝 나서기를 힘들어하는 주저함. 그런 것들을 버리고 한발짝 더 사람들에게 다가갈때 고독과 단절에서 벗어나 안식과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아버지 친구의 직장돈을 빼먹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도망쳤지만, 다시 홍콩으로 돌아오고 다시 아버지를 찾아가는 아휘의 모습을 통해, 묘한 기대감에 웃음짓는 아휘의 모습을 통해 감독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던져 버리고 한발짝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한게 있다면 단지 도망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빌고 다시 시작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 아버진 어떠실까?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고맙습니다, 안녕히!
장의 사진 한 장을 몰래 가지고 나왔다.
언제 다시 만날진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그가 보고 싶으면 어디서 찾을지는 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