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곳은 어디든 다 똑같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전라북도도 마찬가지다. 부산이나 경기도나 전라북도나 나의 삶은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경제적 상황은 조금 안정되었고, 정치적 성향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이 있다. 다만, 전라북도의 열악한 철도교통을 느낄 때면 전라북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전라북도의 인구 중에 40% 정도가 전주와 완주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호남 최대의 도시인 광주와 서울을 연결하는 철도는 전주를 경유하지 않는다. 이게 부산 출신으로서 얼마나 당황스러운 것이냐면, 영남 최대의 도시인 부산과 서울을 연결하는 경부선 철도가 대구를 경유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 하도 이상하다고 느껴져서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봤더니, 여러가지 설이 있다.
호남선 철도를 부설했던 당시, 일본어를 통역하던 한국인 역관(으로 쓰고 앞잡이로 읽히던 자 였겠지.)이 호남선 철도역 부지 선정을 두고 전주를 방문했을 때, 하도 건방을 떠는 바람에 지체높은 전주 양반들이 이 새끼는 뭐하는 새끼인가 싶어서 자기의 땅을 철도부지로 내어주기를 거절했다는 설과, 당시 익산에는 일본인 지주가 있었는데 그 일본인 지주가 자신의 땅에서 수확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자기 땅을 철도역 부지로 만들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설, 그리고 철도부설의 목적이 오로지 한국 호남지역의 쌀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군산의 항구를 이용하기 용이하게 익산 분기로 정했다는 설 등이 있다. (전라도에는 호남선과 전라선이 있는데, 호남의 북쪽 끝인 익산에서 분기하여 호남선은 광주, 목포로 향하고 전라선은 전주를 경유하여 순천과 여수로 향한다. 고속열차 전용선으로 호남고속선이 개통되었지만 충청북도 오송에서 분기한 호남고속선은 여전히 전주를 경유하지 않고 광주와 서울을 연결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라북도는 철도교통보다는 도로교통이 더 발달되어 있는 느낌이다. 당장 수원이나 서울로 이동할 때 철도를 이용해본 적이 별로 없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철도를 이용할려면 할 수 있지만 굳이 써야 하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다. 부산에 살 때, 그리고 수원에서 살 때, 같은 돈이면 철도를 이용했던 나로서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예전에 나는 말년에 펜실베니아에서 옥수수 농장을 하며, 픽업트럭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수상한 놈이 나타나면 샷건들고 달려가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전라북도에서의 삶이 약간 펜실베니아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왜냐하면 철도교통이 열악한 만큼 도로교통이 발전되어 있어서 전라북도 내에서 이동할 때 자가용 차량을 애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름값도 전주지역이 대전이나 광주, 경기도보다도 좀 싸다는 인식을 받는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짧은 거리를 가게 될때나, 긴 거리를 가게 될때나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 편이다. 특히 휴대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경제관련이나 정치관련 유튜브를 휴대폰의 화면은 끄고 소리만 듣는 방식으로 많이 듣는다.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광고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끄더라도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지원된다.) 최근에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 나의 주식관련 계좌나 여러가지 지리멸렬한 현실들이 답답해서 듣던 것 말고 다른 것들을 찾아서 듣게 되는데, 요즘 많이 듣는 것은 각 교회에서 올라온 목사님들의 설교영상이다. 그 중에서 깜짝 놀란 것은 예전에 다니던 교회의 청년부 목사님이 설교하신 영상을 들을 때였다. 전에 그 교회를 한참 나갔을 때 이렇게나 은혜로운 말씀을 전했었나 생각해 보면 아니었던 듯 하다. 불과 1, 2년 사이에 말씀이 너무 좋은 쪽으로 변화가 되어 깜짝 놀랐고 자꾸 찾아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설교말씀을 들으면서 역시 하나님은 실재하시는 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그 황무지 같은 곳에서도 씨앗을 뿌리시고 또 다음을 준비하시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험을 준비하던 시기, 하루하루가 아까웠다. 엄마집에 갔다가 일요일날 예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하라는 어머니의 강권에 이기지 못해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인도하는 예배를 하러 갔다가 나를 위해서도 그 교회를 위해서도 내가 참석하면 안되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도망가서 먼 발치에서도 그 교회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일요일에는 전국의 유명한 대형교회 목사님의 설교를 온라인을 들었다. 세상에 교회는 많고 예수를 믿는 방법은 한 교회만을 통하여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땅은 메말라 쩍쩍 갈라지고 곡식은 모두 잿더미가 되었으며 모든 사람의 심령이 가난하고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희망조차 찾아볼 수 없는 그 황무지에서도 하나님은 씨앗을 뿌리시고 사람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다음 사역을 할 때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놓으신다. 정말이지 놀랍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