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 쓰인 심심한과 장도의 뜻은 사전적 의미가 아닙니다.
경기도에서 서울을 통근하다 보면 나비효과를 진정으로 실감하게 된다. 집에서 한 5분의 꼼지락이 길게는 1시간의 지각으로 연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로 통근하는 경기도민은 5분만 더 하는 형식으로 침대에서 꼼지락 거리는 것을 최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 여름에는 그래도 아침에는 선선하니까 일어나는데 큰 문제가 없는데, 겨울에는 일어나는 게 조금 힘들수도 있다. 그래도 자리를 박차고 당당히 일어날 줄 알아야 진정한 도민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아침에 씻을 때부터 순서가 달라져야 한다. 나는 예전부터 머리를 먼저 감고 몸을 씻었다. 그랬는데 씻을 때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방법을 바꾸게 되었다. 몸에 먼저 거품을 묻히고 머리에 거품을 묻힌 다음, 한꺼번에 물로 헹궈내는 방식으로 바꾸게 되었다. 왜냐하면 머리를 먼저 감으면 몸을 씻기전에 반드시 머리를 헹궈야 하기 때문이다. 머리에 비누거품이 계속 묻어있다면 얼굴위로 흘러내려 눈을 못 뜨거나 떠도 실눈으로 몸을 씻어야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자칫 잘못하다가 발바닥을 씻다가 넘어질 수도 있다. 몸에 먼저 거품을 묻히고 머리에 거품을 묻힌 다음, 한꺼번에 물로 헹궈내면 시간도 아낄 수 있지만 물도 아낄 수 있으니까 상당히 친환경적이다.
아마 대부분의 도민은 서울로 통근하기 위해 광역버스-지하철-지하철의 코스로 환승하는 케이스가 많을 것이다. 버스에서 내리는 시간은 불규칙적인데 지하철의 출발시간은 규칙적이다. 따라서 내리고 나서 내가 타야할 지하철의 출발시간을 체크해야 하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항상 지하철 시간을 휴대폰에서 확인하도록 지하철에 비치된 시간표를 찍어두는 게 좋다. 버스에서 내리고 난 후 환승역으로 지하철이 도착하기 까지 1분 미만이 남았다면 안타깝지만 다음 기차를 기다려야 한다. 출근길에 편의점에 볼 일이 있다면 이 때 볼일을 보고 지하철을 타러 가면 된다. 환승역으로 지하철이 도착하기 까지 2~3분 사이의 시간이 남았다면 한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쏟아져나오는 인파들을 보면서 과연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라. 발은 눈보다 빠르니까. 편의점 같은 건, 회사에 다와서 인근에 있는 델 가면 된다.
버스에서 내려서 다음 지하철로 달려가는 길에서는 모든 카톡확인, 전화확인, 문자확인, 음악넘김, 팟캐스트넘김, 인터넷 확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좁은 장소에서 꼼지락할 수 밖에 없는데, 그때 이런 것들은 실컷 할 수 있다. 어렵사리 지하철에 올라탔다면 지방 지하철에서는 굉장히 보기 힘든 광경을 마주칠 수 있다. 좀비영화에서 사람들이 지하철 통로를 이용해서 다음 칸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일군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걸음으로 지하철 내의 다음 칸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아마 대부분의 승객이 환승하러 들어오는 게이트 쪽에서 지하철을 타기 때문에 치열한 승부 끝에 들어왔다면 그 근처로 승객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안에서 조금이나마 쾌적하게 이동하기 위해 승객이 덜 몰린 안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하철-지하철 환승이라면 내리면 바로 환승게이트로 이동할 수 있는 호차로 이동해서 총알같은 환승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만약 9호선 급행을 타야 한다면 미리 환승게이트 쪽으로 이동했느냐 안했느냐로 급행을 탔느냐 못탔느냐로 나뉠 수도 있다.
이것이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