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그래왔듯 스포일러는 가득합니다.
1. 낚였다. 김태리, 송중기 주연이 아니라, 송중기, 강꽃님 주연에 기타 등등이다. 김태리는 기타 등등에 속한다. 그만큼 김태리 분량이 적다. 송중기 서사로 가득차 있고 김태리는 어떻게 선장이 되었는지 조차도 안나온다. 영화상으로 보면 송중기는 원래 전투요원이었고, 김태리는 과학자, 기타 등등은 기타 등등이었는데, 송중기가 우주선 조종을 하고, 김태리가 전투를 한다. 뭔가 뒤바뀐 것 같은데 왜 그런 건지 나오지가 않는다. 불친절한 전개는 승리호 유니버스에 대한 갈망인걸까? 또 불만은 강꽃님 아버지만 나온다는 것이다. 강꽃님 엄마가 나왔어야 한다. (윤승아?)
2. 제목은 승리호인데, 정작 승리호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봐오던 SF물에 나오는 우주선과 승리호는 구조가 다르다. 우리가 흔히 접해온 우주선은 우주선을 조종하는 사람들이 마치 지금의 비행기처럼 모여서 조종을 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면 스타로드와 라쿤이 한 공간에서 조종을 하며 티키타카 대사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반면 승리호는 구조가 특이하다. 각자의 역할에 맡는 조종구역이 따로 있다. 조종사인 송중기는 조종실 같은 곳에서 혼자, 김태리는 전투유닛을 조종하는 곳에서 혼자, 기타 등등은 기타 등등이 있는 곳에서 각자 혼자서 일한다. 당연히 여기에 대한 설명이 좀 있었으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설명은 없고 관객은 승리호의 독특한 구조를 알아서 눈치채야 한다.
3. 설명이 불친절한 것은 승리호의 구조 뿐만 아니다. 도대체 나노봇이 뭔데? 승리호에, 나노봇에 기타 등등 여러가지 독자설정이 있어 보이는데 설명이 빈약하다. 감독이 무슨 크리스토퍼 놀란인가. 크리스토퍼 놀란 쯤 되니까 서사가 불친절해도 알아서 척하고 알아듣는 척 하는 것이다. (사실 뭐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4. 한번씩 스페이스 오페라물의 바이블같은 스타워즈1이 생각나는 장면들이 있지만 그런 것은 그냥 인정해주자. 솔까 스페이스 오페라물을 만들면서 스타워즈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냐? 근데 모티브를 가져올꺼면 영화시작하기 전에 스타워즈처럼 설명을 좀 더 풍부하게 해주시는게... 그렇게 하면 관객이 너무 스타워즈1이 생각났을까?
5. 보기 전에 오디오가 잘 안들리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잘 안들리진 않았다. 한국영화도 넷플릭스 자막을 항상 켜놓고 보기 때문에 알아들은 것도 있을 것이고,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다들 발성으로는 한가닥하는 배우들만 모아놓은 터라 오디오 구별이 쉬운 것도 있을 것이다.
6. 사실 승리호는 영화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서사가 있는 작품이다. S사에서 토사구팽당한 제작자가 독립해서 메리크리스마스라는 벤처배급사를 세웠고 거기서 처음으로 만드는 텐트폴 영화다. 그런데 하필 COVID19 팬데믹과 겹치면서 극장개봉은 포기하고 2차판권 시장으로 직행해버린 불운한 작품이다. 그래서 까기가 힘들다. 메리크리스마스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