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시류에 편승하는 포스팅인만큼 스포일러 있습니다.
나도 호신용 텀블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교CGV가 새로 열었는데 아이맥스에서 영화를 보고 인스타에 인증하면 텀블러를 준다기에 주말을 이용해 냉큼 다녀왔다. (광교CGV는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인근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 10층에 새로 오픈한 영화관이다. 기존에 있던 광교상현CGV와는 다른 극장이다.)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은 처음 방문한 것이라 10층 영화관에 가는 길을 조금 헤맸는데 결국은 잘 찾아갔다. 영화가 끝나고 내려오면서는 10층 영화관에 바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찾아냈다. 나에게 있어서 1~9층까지의 백화점은 잉여다.
영화는 1917을 봤다. 샘 멘더스 감독의 1917은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의 기생충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다. 국내에 개봉하자마자 용산 아이맥스에서 봤었는데 텀블러 때문에 다시 본 것이었다. 용산과 비교하자면 용산이 스크린 크기가 국내에서 가장 큰 만큼 영상에서는 용산이 더 낫다. 하지만 음향은 광교가 한 수 위였는데 전쟁영화니만큼 전장의 분위기를 표현하는데에 있어서 음향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어디선가 날라오는 총알소리에 깜짝 놀라기를 여러번이었다.
음향이 좋으니 영화가 훨씬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출력이 남달랐다. 출력이 좋은데 공간은 용산보다 작을테니 더 실감나는 소리를 들려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쟁사인 메가박스에서는 같은 수원지역에서 영통 MX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영통 MX관은 음향이 정말 좋다. 포드대페라리를 보고 엔진소리가 이렇게나 좋을 수도 있구나 하고 여러번 생각했었다. 영통 MX관의 음향이 정말 좋은만큼 광교 아이맥스를 만들면서 음향에 더 집중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을 버는 족족 일본 코쥰샤로 갖다주는 L모시네마는 수원에서 뭐하는지 관심도 없고,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 멀지 않다라는 점, 판교아이맥스와 비슷한 수준의 영상에 음향은 전국 영화관 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용산과 광교 둘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의 선택은 광교 아이맥스다.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예매가 되지 않은 좌석은 아예 의자가 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고 그래서 극장에서도 홀수줄은 예매를 못하게 막아두었다. 자막이 있는 영화는 자막과 같이 영화를 봐야하기에 뒷자리에서 보는 걸 좋아하는데 홀수줄은 예매를 못하게 하니 맨 뒤에서 바로 앞줄을 예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영 답답해서 맨 뒷줄로 봐야겠다 싶어서 이동했더니 거기는 예매가 안되어있으니 의자가 펴지지 않았다. 최신 시설인만큼 예매가 되지 않은 좌석은 의자가 펴지지 않는다는 것을 광교CGV에 가는 관객은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CGV가 자리로 가격장난을 치더니 급기야 예매시스템과 연동하여 펴지지 않는 의자를 만들었다.)
영화 자체는 좋은 영화다. 영화 전체를 원테이크로 가져갈려고 연출했기에 관객이 전장의 한복판에 온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특히 전쟁터의 낮과 밤을 상반된 모습으로 잘 표현해냈다. 낮의 전쟁터에서 폐허가 된 전장의 모습과 그것과 대비되는 평온한 초원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밤의 풍광에서는 전쟁의 몽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느낀 메시지는 세 가지였다. 삶과 죽음은 늘 경계를 맴돈다는 것, 때론 내가 만들지도 않은 족같은 상황이 힘들게 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군대는 누구든지 사람을 배고프게 만드는 곳이라는 것.
근데 오스카는 봉준호가 더 받을만 했다. 아 그리고 콜린 퍼스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