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습니다.
요즘 눈물이 많아졌나 보다. 보는 내내 펑펑 울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할머니는 안동에서 부산 집에 오실 때마다 항상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오셨다. 단밤을 씹어서 주시는 모습에서 영락없는 우리 할머니를 느꼈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는 손에 굳은 살이 가득했고, 항상 손이 시커멓다. 나를 볼때마다 할머니는 "야야, 우리 영필이 잘 살았나" 하면서 나를 안으려 하셨는데 나는 그 손만 보면 도망가기 바빴다. 할머니 손이 너무 시커멓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을 때 정말 크게 혼이 났다.
그 할머니는 결국 뇌졸증으로 돌아가셨다. 내가 머리에 피가 마르기 전이였다. 할머니는 상할머니에게 정말 많은 구박을 받았는데, 결국 뇌졸증으로 상할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셨다. 그것도 응급처치가 늦어서... 할머니를 떠올릴 때면 항상 그 굳은 살이 박힌 시커먼 손이 아직도 떠오른다.
내 꿈은 옥수수 농장을 하면서 탱크같은 포드 트럭을 몰고, 수상한 놈 나타나면 샷건 들고 튀어나가는 거다. 그런데 아마 가정을 이루고 나서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거 할려면 이혼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 물론 죽을 때까지 혼자 살면 가능하긴 하지 않을까.
왜 항상 이별은 햇살이 너무나도 밝고 따뜻한 날의 오후에 이루어지는 것일까.
좋은 영화다.
적당한 장소만 있으면 물을 주든, 주지 않든 알아서 잘 자라는 미나리의 모습이, 우리 한민족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다. 적당한 비탈과 적당한 그늘과 적당한 물이 있는 그 곳에 미나리가 뿌리를 내린 것처럼, 한국인들도 그렇게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어째 쓰고나니, 영화이야기를 빙자한 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