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국내 최고수준의 기록관리 전문업체 중 하나인 R사에서 계약직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하는 곳은 국회도서관인데 4월달이니 아직 조금은 쌀쌀한 기운이 있는 날이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리는데 출근시간이라 꽤 많은 사람이 개찰구를 빠져나오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화려한 군고구마 냄새가 나를 감싼 것은.
이 화려한 군고구마 냄새는 도대체 어디서 나는 것일까. 출근시간, 사람들로 붐비는 9호선 국회의사당역. 그 지하에 왜 갑자기 군고구마 냄새가 나는 것인가. 그 의문의 정체를 개찰구를 지나치면서 알게 되었다. 개찰구 바로 앞에 있는 GS25 편의점에 군고구마 데우는 기계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군고구마 데우는 기계의 뚜껑은 활짝 열려 있었다. 사장님께서 어떤 연유였던지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리는 모든 사람에게 화려한 군고구마 냄새를 느끼게 해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나도 주식을 시작해야 겠다고 느낀 것은. 작년에 문대통령이 소부장 펀드 가입한다고 해서 정말 취미 수준으로 소소하게 펀드 넣고 있었는데 그것의 수익율이 꽤 괜찮았다. 하물며 저 작은 군고구마 마져도 자기를 팔기 위해 이 수많은 사람에게 자기의 체취를 널리 퍼뜨리고 있는데 나의 돈은 사이다뱅크에 묶여 있었던 것이었다. 그마저도 2% 주던 이자를 1.7%로 낮추어서 말이다. 한 3개월 정도 했는데 그 사이에 고구마 수십박스 사먹을 돈은 벌었던 것 같다. 문제는 앞으로겠지...
최근 모 여자배구선수 및 각종 연예인의 자살 사건을 보면서 느낀 것이 많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가 포레스트 검프인데, 그 영화 중에 인생은 초콜릿박스와 같아서 열어보기전엔 어떤 초콜릿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는 대사가 있다. 왜 인생을 스스로 포기할까. 물론 그들의 인생은 내 인생이 아니기에 알 수 없다. 단지 9회까지 아니 연장 12회, 아니 미국은 한 게임에 1박 2일씩 하는 경우가 있는 판국에 고작 3회까지만 하고 세상을 떠나버리는 인생이 아까울 뿐이다.
길을 완전히 잃어버리더라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된 길이라 할지라도, 이 세상 모두가 나를 버린 것 같다고 하더라도 나는 끝내기 역전만루홈런의 힘을 믿는다. 이미 점수차가 4점차를 넘어버려서 만루홈런으로도 뒤집을 수 없다고? 5회 이전이면 우천취소가 있고, 5회 이후라도 어느날 갑자기 조명이 꺼져버려서 서스펜디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서스펜디드가 되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게 야구 아닌가.
우리 엄마가 7년째 치킨조리를 하고 있다. 치킨조리를 오래하다보니 계속 어깨가 아파하셨다. 어느날은 어깨안마 해드리다가 어깨뿐만 아니라 등쪽도 아파하시길래,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어서 병원 진찰을 받아보기를 권했다. MRI를 찍으셨는데 어깨에 석회질이 붙으면서 뼈가 자라서 신경을 건드린다는 진단을 받으셨다. 그 얘기를 듣고 엄마에게 미세하게 피로골절이 생기면 그 뼈를 붙게 할려고 석회질이 쌓이는데 그게 잘못붙으면 뼈가 자라는 것이라고 설명을 드렸다. 시속 150km를 던지는 야구선수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부상이기에 어느정도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이었다. 우리 엄마는 시속 150km는 커녕 공을 던지지도 않으시는 분인데, 시속 150km 던지는 투수가 당하는 부상을 당하셨다.
엄마는 수술하면서 입원했고 엄마 일을 도와주시던 이모 한 분이 가게를 맡아서 하고 있지만 혼자 일하기는 역부족이라 요새 계속 가게일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면서 도무지 인생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하고 있다. 나도 치킨을 그리 배때지가 터지게 먹었지만, 이리 폭우가 쏟아지는 날 치킨배달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