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발을 했다.
우리 아파트 뒷 동네에 가면 머리자르는데 6000원 하는 미용실이 있다. 아줌마가 머리를 감아주면 8000원이다. 나는 6000원만 내고 집으로 와서 머리를 감는다. 하지만 이 미용실을 가는 이유가 가격이 싸기 때문은 아니다. 갈때마다 머리를 자르는 손님이 없어서 바로 머리를 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미용실에서 두 집 건너면 남성 커트에 5000원 하는 집이 있다. 그래서 그런걸까.
오늘은 아줌마가 이마쪽은 괜찮은데 정수리에 숱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씁쓸했다.
한번 빠진 머리는 다시 심을 수가 없다.
2. NC야구
항상 짜릿한 쾌감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 뇌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면 그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다시 하려고 한다. 금단현상과는 별개로 정신적으로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다. 절대 마약을 하면 안되는게 그 극도의 즐거움을 뇌가 항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마약에 다시 손을 대고 싶어진다. 금단현상이 없다는 마약도 마찬가지다.
NC야구도 한때 짜릿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별로 짜릿하지 않다. 뇌가 NC야구의 짜릿한 순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야구중계를 틀게되지만 보면 어느새 다시 혈압이 올라가고 있다. 야구공의 반발력도 줄었다는데 그러면 홈런도 잘 안나올 것이고 수비하기도 쉬울텐데 왜 그렇게 볼넷을 많이 허용하는 걸까.
NC야구를 보면서 느끼는 교훈은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탄코트의 지독스런 선발기용을 보면서 저건 엔런트의 오기 혹은 오만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NC구단은 프런트의 힘이 강한 팀이다. 나성범이 5월 초에 시즌아웃되고 공격력의 보강이 시급한 시기에 사실상 수비형 포수임이 드러난 베탄코트를 한달 이상이나 지독스레 선발에 꽂았다.
※ 베탄코트를 방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까지 선발 라인업에 넣어야할 이유가 있었냐는 것이다. 아니면 열흘정도 2군에 내려보내서 재조정할 수도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3위로 선두 두 팀을 넘보던 팀이, 이제는 5강 싸움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125억 양의지가 와도, 새 야구장을 지어도, 엔런트는 작년 꼴지하던 시절 그대로고 그게 지금의 팀이다.
한번 빠진 머리는 다시 심을 수가 없다.
3. 비
비가 오는 날 배달을 하면 사람이 우울해진다. 일단 노면이 너무 미끄럽다. 오토바이는 2륜이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잘못 잡아도 오토바이가 확 넘어진다. 지금이야 요령이 생겨서 비가와도 거의 안넘어지지만 배달을 하던 초기에는 참 많이 넘어졌다. 제일 조심해야 할 구간은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아스팔트와 달리 엄청 미끄럽다. 나는 조심하기 때문에 거의 넘어지지 않지만, 뭣도 모르고 달리던 다른 배달인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하다.
헬멧에는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바이저 라는게 있다. 비가 오면 비가 눈을 찌르기 때문에 바이저를 내린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저에 입김이 서려서 앞이 잘 안보이게 된다는 거다. 그래서 결국 바이저를 올리면 또 비는 눈을 찌른다. 내리는 비를 얼굴로 맞으면서 다니다보면,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어진다. 그 순간이 되면 굉장히 괴로운 처지가 된다.
그렇게 해서 배달을 마치고 들어왔는데 NC는 볼넷을 12개나 주고 있고, 배달할 치킨은 밀려 있었다.
오늘은 오재원이가 농구 세레머니 안했냐?
한번 빠진 머리는 다시 심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