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여행을 하다보면, 지나가다가 살까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물건이 있다. 혹시 다음에 살 기회가 있겠지 하고 지나치고 나면, 나중에서야 그 물건을 다시 살 기회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언제 국회에 올 일이 있겠나 싶어서 계약종료를 며칠 앞둔 언젠가 기념품점에 가서 넥타이 하나를 샀다. 넥타이는 남색과 붉은 색 두 종류가 있었는데, 남색 넥타이는 많아서 붉은 색으로 샀다.
원래 계획은 마지막 근무날 오후반차를 내고 63빌딩을 가보는 것이었다. 서울을 수도없이 드나들었지만 63빌딩을 가보진 못했다. 진짜 가보고 싶었던 곳은 63빌딩 안에서도 아쿠아리움이었다. 그런데 왠걸 COVID19 때문에 아쿠아리움은 폐쇄되었다.(63빌딩 아쿠아리움 영업합니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한강의 햇빛을 반사시켜서 금빛으로 빛나는 63빌딩의 뷰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좌절되었다. 마지막 근무날은 국회도서관내 COVID19 의심환자 발생으로 인한 재택근무였고, 그것으로 공식적인 국회에서의 나의 업무는 종료되었다.
국회가 여러모로 욕을 먹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국회에서 희망의 증거를 봤다. 매우 성실하고 유능한 직원분과 같이 일할 수 있었고, 특히 아침에 마주치는 광경들에서 나는 국회가 반드시 희망의 증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를 나오면 간혹 가다가 축구장 가는 기분을 느낄때가 있다. 오 필승코리아 같은 노래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국회 앞에서 절절한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국회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국회 직원의 사무실로 초등학교 조회시간에 방송으로 교장 훈화가 나오듯이 본회의의 발언이 실시간으로 방송된다. 그 중 압권은 추미애 장관이 나왔던 국정감사 장면과 얼마전 있었던 필리버스터였다. 국정감사때 그 날서있는 신경들이 음성만 들었을 뿐인데 그대로 다 전달이 되어서 깜짝 놀랐었다. 이번에 국정감사 때 그 대립을 하셨던 분들이 국정감사 끝나고 소주한잔 하셨을까. 비국민은 없다. 모두가 대한민국을 위해 날선 대립을 했던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COVID19 때문에 그것마저 못하셨을까. 필리버스터는 필리버스터 인줄도 모르다가, 오늘은 유난히 말을 길게 하시네 싶어서 응? 혹시나 검색했더니 필리버스터 돌입이라는 기사가 있어서 깨달았다.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여의도를 다시 갈 일은 있다. 회사에서 내준 키보드와 마우스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서 집에서 쓰던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져와서 업무에 쓰고 있었다. 그걸 가지러 가야 한다. 얼마전 블랙프라이데이때 고프로를 샀는데 63빌딩의 뷰를 찍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