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버스안에서 식겁했다. 가득차있는 만원버스에서 비대한 몸을 구겨넣어서 가축수송하고 있는 터였다. 살짝 졸면서 머리를 왼쪽으로 기울었는데 그순간 무선이어폰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한 나의 비대한 몸으로 상체를 구부려서 버스 바닥에 있을 무선이어폰을 찾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거의 1시간을 그렇게 가다가 내릴때 즈음에야 양해를 구하고 땅에 떨어진 이어폰을 수습했다. 제품은 저가형 콩나물 와이어리스의 스탠다드라 할만한 QCY T5였는데, 워낙 싸길래 한번 써볼까 해서 샀는데 의외로 편리해서 에어팟을 살까 생각하던 차였다.
괜히 에어팟 샀다가 또 땅에 떨어뜨리면 큰일나겠다 싶었다. 그래서 유선으로 잘 쓰고 있는 소니캐스트의 제품을 골랐다. 제품은 소니캐스트의 첫번째 와이어리스인 HT1. QCY와 JDM형태로 만들어진 제품인데 QCY 제품에 만족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음질만 좋아지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 조건에 딱 맞는 제품이었다. 마침 할인행사도 하고 있어서 바로 구매했다.
HT1을 받고 음악을 들어봤는데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디락1 이어폰의 재기발랄한 사운드를 기대하고 있었던 나에게 너무나도 밋밋한 음악을 들려줬기 때문이다. 흔히들 이어폰을 꼽으면서 기대하는 것이 있다. 쿵쾅거리는 베이스, 머리를 울리는 고음,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보컬 등등 다양한 기대가 있을 것이다. 근데 HT1은 그 기대들을 뒤로 하고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는 무(無)맛의 이어폰이었다.
너무 밋밋해서 이게 내가 알고 있던 소니캐스트 제품이 맞나 싶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어팁을 바꾸면 소리가 좋아질거라고 했다. 그래서 1,000원짜리 이어팁(팁(TW400)을 사서 꼽았다.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던 이어폰이 조금 맛이 느껴지긴 했다. 저음이 조금 강해지긴 했는데 해상력은 여전히 실망스러웠다. 디락1의 재기발랄함을 알고 있던 나에게 이정도밖에 되지 않는 해상력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거기다가 1,000원짜리 이어팁은 일종의 폼팁 형식이라 실리콘 팁이었던 원래 팁보다 더 귀에서 잘 빠졌다.
그때 디락1이 추가구매한 orza 이어팁을 쓰고 해상력이 더 살아나고 좌우 밸런스 문제도 해결되었다는 점이 떠올랐다. 혹시 이 이어폰도 orza 이어팁을 쓰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디락1에 꽂혀있던 orza 이어팁을 꼽았는데 왠걸, 완전히 다른 이어폰이 되었다. 여전히 묵직한 중음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저 멀리 있던 작은 아이들이 더 선명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때때로는 그들이 한가운데 있는 묵직한 아이를 밀어내고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거다 싶었다.
근데 문제는 유선용 orza를 쓰면 이어폰이 길어져서 충전독에 제대로 충전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결국 소니캐스트 홈페이지에서 무선용 orza 이어팁을 추가로 샀다. 이제 충전도 잘되고 음질도 매우 만족스럽다. 당분간을 잘 쓸 듯 하다. 요약하자면 디렘 HT1을 쓸려면 orza 무선용 이어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당신이 만약 HT1을 쓰고 있다면 반드시 무선용 orza 이어팁으로 바꾸기를 권장한다. 아마 완전히 다른 이어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