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블로그의 특성상 TMI는 넘쳐납니다.
아이폰의 효용성에 감탄했던 것은 3년전 오토바이 배달일을 시작했을때였다. 당시 아이폰SE를 쓰고 있었는데 장갑을 끼고 배달을 하다보니 가볍고 한손에 쏙 들어가던 SE가 정말 쓰기 편했던 것이다. 그 이후 폰은 LG V30으로 바꾸었지만 배달용으로 SE를 계속 쓰게 되었다. 인터폰을 눌러도 응답이 안되는 손님들도 꽤 있었기 때문에 배달연락용도로 번호를 새로 개통해서 SE로 썼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XS맥스를 새로 개통했다. 64기가랑 512기가랑 15만원정도밖에 차이가 안나길래 512기가로 샀다. 가격은 10년전에 아이팟 클래식 살때의 가격하고 비슷하다. 그때 당시에 160기가 HDD를 썼던 아이팟 클래식을 샀었는데 이제는 비슷한 가격으로 플래쉬메모리로 된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 당시에 아이팟 클래식을 팔게된 결정적인 이유는 터치휠의 문제였다. 곡수가 많이 늘어나자 원하는 곡을 찾기 위해 터치휠을 돌리는 것도 고역이었던 것이다. 터치스크린을 쓰는 아이팟 터치는 간단히 옆으로 스크롤하면 되는 문제였지만 아이팟 클래식은 터치휠을 엄지손가락이 닳도록 돌려야했다. 그래서 결국 아이팟 클래식은 팔게 되었다.
내가 느끼는 XS맥스의 가장 큰 특징은 광활한 스크린이다. 이때까지의 아이폰들이 작고 예뻐서 귀금속으로된 악세사리를 쓰는 느낌이었는데 XS맥스는 크고 아름다운 금괴를 쓰는 느낌을 준다. 아침마다 알람을 울리는 XS맥스를 보고 있으면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이라고 인사하는 듯 하다.
얼마전에는 우연찮게 서태지 7집을 다시 들었다. Live Wire가 수록된 앨범으로 2004년에 발표된 앨범이다. 그중에서 nothing이란 트랙이 있다. 어떤 남자의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진 트랙인데 이 트랙을 듣고나서 깜짝 놀랐다. 다시 일러두지만 이 트랙이 발표된 시기는 2020년이 아니라 2004년이다. 나레이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요즘 여성들이 인권운동이다. 뭐다해서 차별당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여성상위사회에 남성이 차별을 당했었으면 당했지.
무슨 여성이 차별을 당한다는 거예요?
도무지 성차별다운게 있어야지.
안그래요?
지금 인터넷에서 꼴페미네 뭐네 하면서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16년전에도 거의 비슷한 형태로 있었던 것이다. 서태지는 위 곡에서 이어지는 victim 이라는 곡에서 더 교묘한 형태로 여전히 성공격이 있음을 노래한다. 아마 전근대적인 의미의 성차별은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91년 MBC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나오는 형태의 성차별도 사라진지 꽤 오래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교묘한 형태로 성공격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같은 평범한 머글들은 위 곡의 남자목소리처럼 아니 요즘 세상에? 하면서 더 잘 모를 것이다. 그러니 정말 필요한 일은 잘 듣는 일이테다. 아무런 편견과 나의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그 자체로 이야기를 잘 듣는 것. 진짜 필요한 건 단지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추억을 노래하는 서태지보다 시대에 유감을 표시하는 서태지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