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사라질 나의 취미 중 하나는 벅스 같은 유료음원사이트에서 파일을 다운받고 그것을 내 나름대로의 규칙으로 태그를 입력해서 아이튠즈에서 듣는 것이다. 예전 하드형 아이팟 (160GB)을 썼을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는 작업이다. 폰은 오래전에 안드로이드로 바꿨지만 아직도 음악감상용으로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이유다.
그런 나도 스트리밍의 편리함에 조금씩 감화되어 가고 있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뮤지션의 신곡이라던가. 미처 아이폰을 못 챙겼을때라던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편리함에 스트리밍 재생빈도가 늘어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최근 아이튠즈로 옛날 노래들을 듣다가 우연히 패닉의 UFO를 들었는데 그 가사의 심오함에 감탄하고 말았다. 예전에 들었을때는 일반인은 알수없는 이적 특유의 세계관으로 세계를 묘사한 노래, 그냥 멜로디만 들으면 되는 노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요새 논문 때문에 그런가. 가사의 의미들이 강하게 인식되었다.
우선 김진표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어느날 밤 창문을 열어보니 수많은 달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할머니가 속삭이며 화자에게 말한다. 그들이 돌아왔다고. 이 시점에서 이미 '그들'이 돌아온 것이다. '그들'의 정체는 다음 멜로디에서 나온다.
그 다음 이적의 노래가 진행된다. 오직 힘들게만 살아온 사람들이 왜 아무것도 없는 끝에서 어딘가로 끌려가듯 사라지는 것일까며 질문을 던진다. 살찐 돼지들과 거짓 놀음 밑에 무릎 꿇여야했던 피흘리며 '잊혀졌던' 그들이 다시 돌아와서 하늘을 가르리 라고 선언한다. 예전부터 압제받아온 수많은 군중이 있었다. 이름은 매번 바뀌었지만 그들의 존재는 분명히 있었다. 노예, 농노, 노동자, 서발턴, 징용공, 위안부, 광주 등등등.
노래 속 화자는 핍박받는 '그들'이 돌아왔는데 그 모습을 마치 달과 같다고 노래한다. 그리고 모두가 그 달빛으로 뛰어가자고 노래한다. 핍박받고 잊혀졌던 '그들'이 달의 모습으로 완전히 부활한 하늘로 또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누군가들에게 그 달빛으로 뛰어가 그들을 맞이하자고 화자는 노래한다.
그 달들은 어두운 하늘을 환히 비추며 솟아오르고 모두 데려갈 빛을 지상에 내린다. 지상 속의 모든 미움과 분노는 사라지고 모두다 그 달들과 하늘 높이 날아오를 것이라 선언하며 노래는 마무리된다. 이 노래가 부르짖는 모습은 진정한 민중의 '해방'이다. 그리고 그 환희를 너무나도 음악적으로 잘 묘사했다. 이런 엄청난 노래를 난 거의 20년 넘게 들어오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인가.
그런 점에서 노래 제목 또한 의미심장하다. UFO다. 화자는 분명히 노래 속에서 '달'이라고 표현했지만 노래 제목은 UFO다. 미확인 비행물체. 김진표가 말했던 그 달들을 반길 수 없는 누군가 혹은 이적이 노래한 살찐 돼지들에게는 그것이 미확인 비행물체로 보일 것이다. 같은 물체를 두고 누군가는 UFO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달이라 부른다. 제목이 UFO인 것은 아직 '달'을 '달'이라 부를 수 없는 현재적 관점의 반영이다.
아직 그 달은 오지 않은 것이다. 언젠가 이 노래가 진짜 이름을 되찾게 될때, 그때에 진짜 이 노래의 제목을 이적에게 한번 물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이적과 내가 죽을때까지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