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을 보면서, 국가대표 축구로 보답하다

1. 국가대표, 축구로 보답하다.

전에 포스팅에서 장현수가 축구로 보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장현수가 축구로 보답했다. 독일도 한국도 모두 지쳐가던 후반 30분 넘어서 장현수는 가장 활발한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였고 독일을 붕괴시켰던 첫번째 골은 장현수의 낮은 크로스로 시작되었다.

완벽한 축구로의 보답. 조현우의 선방도 놀라웠다. 독일 공격수가 우리 수비수를 따돌리고 노마크 찬스에서 3~4개 정도 슈팅을 때렸는데 그걸 다 막아냈다. 게임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팀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아주 극대화된 게임이었다. 

바로 체력과 속도.

첫번째 골은 모두가 지쳐가던 후반 추가시간, 우리가 한 발짝 더 뛰어서 만들어낸 골이었고 두번째 골은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사이, 부정확한 크로스를 손흥민의 스프린트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이번 월드컵은 끝났지만 우리는 다음 월드컵까지 극대화해야할 능력을 발견했다. 우리가 가진 이 두 개의 장점을 4년 동안 잘 갈고 닦는다면 4년 후 카타르에서는 이번에 시작한 센세이션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가대표, 축구로 보답하다.

2. 욕받이와 K리그

조별예선 기간 내내 장현수는 뜨거운 감자였다. 전국민적인 욕설과 비난을 들었다. 모든 축구팬이 대동단결해서 한 선수를 까내리는 모습. 야구팬으로서 좀 신기한 모습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야구에서는 모든 야구팬이 한 선수를 비난하더라도 그 선수를 핵심멤버로 가지고 있는 소속클럽의 팬은 그 선수를 비난할 수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쉴드를 쳐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NC다이노스의 박민우가 선발되었는데 만약에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박민우가 아주 결정적인 실책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을때 모든 한국의 야구팬이 박민우를 욕하더라도 NC팬은 박민우를 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 새끼이기 때문이다. 우리 팀 선수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한 그 어떤 NC팬도 박민우를 욕하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서 장현수의 소속팀을 봤다. FC도쿄. 국내에서 FC도쿄의 팬이 몇 명이나 있을까. 만약 장현수가 아이파크에서 뛰었다면 전국민이 비난을 퍼붓고 있을때 적어도 아이파크의 팬만은 장현수를 욕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순간 선수가 미워서 짧은 비난은 가해질 수 있지만 이번 월드컵처럼 선수가 완전 멘붕에 빠질 정도로까지 방치해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K리그에서 국가대표로 차출될 정도의 선수라면 각 팀의 핵심멤버일텐데 그 선수가 빠진다면 당장 하반기 리그 경기력이 떨어질게 뻔한데 그렇게 방치해 두겠는가.

장현수가 그 전에 뛰었던 팀을 봤는데 광저우 푸리다. 국내에 광저우 푸리 팬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K리그에서 몇년 뛰다가 해외로 간 경우라면 그나마 그 팬들의 정서적 동질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장현수는 그런 정서적 동질감을 가질만한 매개가 전혀없다.

물론 장현수나 김영권을 가족까지 들먹이면서 비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 하지만 선수도 국내 축구팬에게 우호적인 감정이 들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건 어려운게 아니다. 그냥 K리그에서 뛰면 적어도 소속팀의 팬만큼은 자기의 우호적인 세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친구는 어려울 때 그 선수를 도울 것이다.

선수들이 아예 K리그에서 뛰지 않는게 과연 좋은 일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3. 유소년 육성과 K리그

역시 이번 월드컵도 성공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물론 고무적인 모습을 보여준 점도 있었지만 우리가 갖고있는 실력을 온전히 보여줬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이번에도 역시 저번 월드컵하고 같은 말들이 나올 것이다. 유소년 육성, 시스템 개혁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은 K리그의 부재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냐고 물음을 던지고 싶다.

한국 축구가 스켈레톤 윤성빈처럼 학교에서 운동신경 뛰어난 애들 죽 불러다가 테스트하면서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어렸을때 부터 운동신경 좋은 아이들을 축구로 유인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K리그가 흥행을 해야 한다. TV로 보는 것과 실제로 경기장에 가서 보는 것과 차이가 있다.

야구를 예로 들면 지금 뛰고 있는 야구선수 중에 페드로 마르티네스나 박찬호가 활약하던 시절의 라울 몬데시, 숀 그린 같은 선수들을 보면서 야구선수가 된 케이스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어렸을때 친구와 아빠와 야구장에 갔다가 이승엽, 이대호, 박정태의 플레이를 보면서 야구선수가 된 케이스가 훨씬 많을 것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TV로 호날두, 메시 플레이보면서 축구선수가 된 케이스가 많을까, 아니면 아빠랑 같이 축구장 갔다가 하석주, 이민성, 안정환, 뚜레, 마니치, 이장관 플레이하는 거 보면서 축구선수가 된 케이스가 많을까.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후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계속해서 유소년 육성을 울부짖지만 크게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K리그의 오래된 침체가 그 원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K리그도 플레이오프 같은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K리그 전체가 미디어의 관심을 못받는 상황에서 K리그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단 한 게임이 필요하다. K리그의 모든 정수를 모으고 모아서 보여줄 수 있는 THE 게임. 그 게임이 어쩌면 플레이오프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대도시의 축구단이 좀더 부흥할 필요가 있다. 서울이나 울산을 제외하고 K리그의 빅클럽 중 대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는 팀이 몇개나 되는가.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다 시민구단이거나 껍질만 기업구단이다. 경기도를 빼고도 광역시에 사는 인구비중이 이미 50%을 육박하는데 K리그도 좀더 대도시 빅클럽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지금 부산아이파크가 옛날 대우로열즈의 유산을 얼마나 잘 계승하고 있는지 진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경남축구는 한국축구를 이끌던 한 축이었고 대우로열즈는 그 중심이었다. 지금 부산아이파크는 어디에 있는가.

K리그의 흥행없이 유소년 육성은 힘들다

이상으로 축알못의 러시아 월드컵 관전기였다. 

이 블로그에 올리는 관전기는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부디 다음 월드컵에서는 한국팀이 센세이셔널을 불러일으키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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