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야구를 안하기에 예전에는 프로농구를 많이 봤다. 직관을 하며 현장분위기를 즐기는 유형이라 NBA보다는 KBL에 더 열광하는 편이었다. 부산에 있을때는 KT 소닉붐을 좋아했고 이 블로그 어딘가를 뒤져보면 그 시절 끄적끄적 적어놓은 글들도 있다. 수원으로 이사오고 나서부터는 농구보러 가기가 힘들어서 한번씩 시간나면 배구를 보러 간다. 수원에는 농구팀은 없고 배구팀이 있는데, 남자팀은 한국전력, 여자팀은 현대건설 배구팀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배구의 매력은 바로 팀웍에 있다. 배구는 공을 땅에 안떨어뜨리고 팀원간의 연결을 통해 상대편 영토에 떨어뜨려야 승리하는 게임인데 공이 우리편 진영에 있을때 상대방은 공에 관여할 수 없다. 거기다 배구는 공을 잡는 홀딩이 금지된 종목이다. 공을 잡을 수는 없고 우리 진영의 플레이에 상대방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처리를 제대로 못하면 바로 그 피해가 100% 다음 공을 받아야 하는 팀원에게 전가된다. 그렇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팀원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잘 커버해서 훌륭히 처리해내야 한다. 그것이 그 어떤 스포츠보다 중요한 종목이 바로 배구다.
상대편의 서브를 받는 리셉션이 완벽하지 않아도 세터가 찰떡같이 올려야 하고, 토스가 개떡같아도 스파이커가 찰떡같이 때려야 한다. 스파이크가 개떡같아도 다른 팀원들이 찰떡같이 커버해야 한다. 팀원의 실수를 커버해서 승리하는 것. 그것이 배구가 아름다운 이유다.
배구를 오래 본 것은 아니나, 내가 배구를 좋아하는 이유에 가장 부합하는 팀이 있다. 바로 서울은 연고지로 쓰고 있는, GS칼텍스 여자배구단이다.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 김연경의 복귀와 쌍둥이의 가세로 그 누구보다 강력한 팀으로 예상되었던 흥국생명을 컵대회에서 무참히 발라버렸던 그 팀이다. 그리고 정규시즌에서는 수많은 부상선수가 난무하는 와중에도 팀웍하나만큼은 끝까지 잘 유지하더니, 흥국생명이 자멸하는 틈을 타서 결국 정규시즌 1위를 달성했다. 혹자는 운이 좋다고도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있지 않나. 스포츠에서는 운도 실력이라는 것을.
이제 한 시즌의 마지막, 파이널을 앞두고 플레이오프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은행이나 흥국생명이나 파이널이라는 무대에서 허투루 하는 팀은 없다. 마지막까지 설레발치지 말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배구가 끝나는 마지막 날, 가장 높은 곳에 있기를 팬으로서 응원한다.
강소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