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으로 오기 전전 주였을 것이다. 호산나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후쿠오카 메구미 교회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5년에 갔었기에 16년 여름에도 간다면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6년 여름엔 가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냥 안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7년 2월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때, 메구미교회에 갔었을때 교회 성도들에게 다시 오겠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냥 무시하고 올라가버릴까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가 15년 여름에 만났던 메구미교회 이리에 목사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이 아주 첨예한 문제가 되고 있었다.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인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이리에 목사님은 일본인이시지만 그런 면에서 깨어 있으셔서 우리가 갔던 그 해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는 내용의 전단지를 뿌리지 않고 평화헌법을 개정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뿌렸었다.
목회자가 정치적인 쟁점을 가지고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이슈는 호불호가 확실하기 때문에 50%의 지지를 얻더라도 50%의 지지를 잃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에 목사님은 그 길을 택하셨다. 그리고 우리 단기선교팀이 왔을때 위 모양의 전단지를 가지고 메이노하마 역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을 했었다.
그렇게 한참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을때였을까? 덩치크고 문신한 일본 우익 아저씨가 갑자기 우리쪽으로 다가오더니 일본말로 지금 무슨 짓이냐고 막 따져물었다. 그때 이리에 목사님이 오셔서 우익 아저씨를 상대했었다. 일본 우익아저씨는 거의 멱살잡이를 할정도로 이리에 목사님을 몰았었고 이리에 목사님은 목사라는 신분때문인지 쩔쩔매시면서 반박하지 못하시고 이야기를 듣기만 하였다. 나는 이리에 목사님이 논리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목사라는 신분때문에 반박을 하면 싸움이 벌어질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듣고만 계셨을 것이다.
그 이리에 목사님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그러고 나니 도저히 안갈 수가 없었다. 어쩌면 호산나교회에서의 마지막 행사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거의 2달정도 수원과 부산을 2주에 한번씩 오가며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많다. 나름 즐거운 추억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에서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역을 했는데, 일본 사람들이 전단지를 잘 안받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막상 마주치니 많이 당황했던 것 같다. 예수그리스도 시테 이마스카?(예수님을 아시나요?)라고 전단지를 나눠주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니?(뭐예요?)라고 했었다. 그러더니 전단지를 보고는 아 교카이데스네(아 교회군요)라고 이야기했다. 그걸보고 조금 놀랐는데 예수그리스도는 모르면서 교회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교회를 안가더라도 교회와 예수그리스도는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본은 아예 예수그리스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일본인구 중 기독교 인구는 1프로 미만이라고 한다. 앞으로 일본을 위해, 일본의 복음화를 위해 더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역을 하는 중간중간에 다양한 일본음식을 먹었는데, 거의 모든 종류의 일본음식을 먹었던 듯 싶다. 덮밥, 돈카츠, 라멘, 스시, 나가사키 짬뽕, 우동 등등. 그중에서 제일 백미는 역시 스시가 아니었나 싶다. 암 스시는 언제나 옳다.
교회를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교회의 여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저번에도 그렇고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교회의 건축은 정말 훌륭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따뜻하다는 느낌이 배어있다. 공간을 채우는 사람의 모습만큼이나 좋은 교회의 모습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오후에야 시내로 나갈 수 있었다. 오호리 코엔. 생각보다 한국사람이 적어서 놀랐다. 다른 일행은 부산으로 가고 나는 바로 인천으로 넘어와야 했다. 저녁 10시경에 부산에 도착하면 당일에는 도저히 수원으로 올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먼저 티켓팅을 하고 다른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리에 목사님이 관광이 짧았다고 이야기 하셨다. 그래도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이곳에서 만난 메구미 교회, 이리에 목사님 내외분, 가족분, 그리고 성도님들, 아이들, 전도지를 받아주었던 모든 사람들. 앞으로도 쭉 기억이 날 것 같다. 나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하나님만 아시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건 이 사람들이 계속 기억날 것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