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다녀왔다.
사람이 많았다. 을지로입구에서 내려서 율곡로까지 걸어갔는데 시청광장 앞부터 인파들로 이동하기가 힘들정도였다. 집에 돌아와서 뉴스를 보니 건국이래 최대 인파가 광장으로 모여서 대통령 사임을 외쳤다고 한다. 아무래도 저번 박근혜 3차 담화가 민심에 더 불을 지핀 것 같았다. 나도 그 담화를 보고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광화문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한 터였다.
박근혜는 3차 담화에서 자기의 퇴진문제를 국회에서 정해서 넘기라고 했다. 자기가 하야를 한다던가 탄핵을 하라 하던가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대통령의 그 애매한 말이 오히려 국민을 자극했다고 본다. 확실한 단어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서 오히려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은 개헌으로 이해했다. 탄핵이나 대통령 본인의 사임이 아니고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내려올 수 있는 방법은 개헌을 통한 임기단축일 수 밖에 없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시민에 대한 정부전복. 그 길밖에 없는 거겠지. 시민에 의한 정부전복을 하라고 박근혜가 그 담화에서 이야기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지난 주말 광화문의 분위기는 흡사 혁명의 그것이었다. 박근혜가 즉각 대통령자리에서 물러나는 어떤 조치가 벌어지지 않는 한 이 사람들은 그냥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세계사적으로 기록될만한 촛불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내일은 아마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이 촛불혁명을 영국의 명에혁명으로 기억할 것인지 아니면 프랑스의 시민대혁명으로 기억할 것인지. 그 키는 국회에 있는 300명이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