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탄핵인용 선고문을 한번 찬찬히 읽어보았는데 참 명문이다. 아직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헌법재판소가 보여주었다.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통치되는 법치국가임을 온 국민들에게 보여준 아주 훌륭한 판결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또 한단계 전진했다. 문제가 있는 대통령에 대해, 시민의 평화로운 시위가 있었고 마침내 그 결과로서 정부가 탄핵되었다. 역사는 엊그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또 한번의 역사적 진화라고 평가할 것이다.
박근혜의 문제는 여럿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압권인 것은 경제문제이다.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결정적 증거가 된 것은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이다. 하지만 국민적 여론을 가장 탄핵쪽으로 움직이게 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나 경제문제이다.
수많은 경제문제 중에서도 압권은 역시나 한진해운 파산과 가계부채문제이다. 우선 한진해운은 경영층에 의한 도덕적 해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것으로 인해 파산해야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 나라의 행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위치에 있는 자라면 한진해운이 파산했을 때 가져올 수 있는 후폭풍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는 그런 문제에 아무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한진해운이 파산절차를 밟기 시작하고 전세계적으로 화주와 화물에 대한 여러 혼란이 생기는데에도 아무 대책이 없었다. 그냥 나몰랑 식이었다. 이게 무슨 준비된 대통령이란 말인가.
말로만 준비된 대통령이었지, 하나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대통령이었다. 가계부채도 이미 4년전부터 심상찮았다. 그런데 그걸 그냥 방치만 하더니 결국 심각한 내수경기 부진에 빠지게 되었다. 4년전 그녀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시기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조금 나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결국 이 모양 이꼴이다. (4년전 모 교회가 운영하던 계간지에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내가 체감한 것 중 경제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낀 것은 마산야구장으로 게임보러 갈때였다. 회사가 녹산이고 야구장이 마산인지라 야구장 가는길에 상습적으로 막히는 구간이 있었다. 왜냐하면 야구보러 가는 시간이 퇴근이후이므로 퇴근시간대가 진해창원마산쪽 퇴근시간하고 겹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막히는 그 구간이 하나도 안막히는 거였다. 나로서는 좋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퇴근을 하지 않는 실업자가 많이 늘어났다는 뜻일게다.
어떤 기업이나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서 실업자가 많이 늘어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실업자들이 안정적으로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가 어느정도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다. 말그대로 무능력, 무대책 정부 4년이었다.
탄핵인용소식을 들으면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은 2004년 노무현 탄핵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의 말이었다.
"대한민국은 어떤 경우에도 전진해야 합니다."
암 맞는 말이다. 지금도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으로 한단계 전진했다. 그러나 이게 마무리는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