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으로서 가장 슬픈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건 바로 야구가 끝나는 날. 매해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는 꼭 직관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엊그제 잡힌 마지막 게임이 취소가 되어서 어제 진행이 되고 말았다. 일요일 경기는 교회예배 관계로 가지 못하는 셈이니 올해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직관하는 전통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을 한마디로 총평하자면 정말 갖은 악재속에서도 희망도 보고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면서 정규시즌 2위라는 열매를 따낸 시즌으로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시즌 전만 해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랐었다. 박석민을 FA최고액으로 영입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타선을 구축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 나이테 타선이 작년과 같은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다소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서서히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6월에는 창단이후 첫 15연승이라는 큰 업적을 세웠고 7월말에는 선두 두산을 승차없는 2위로 강하게 압박하는데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이태양 승부조작 사건과 이재학 승부조작 의혹으로 인한 1군 말소, 해커 부상으로 인한 2달간의 결장, 최다 이동거리를 소화해야하는 일정의 불리함, 연승 후 찾아온 후유증으로 인해 8월 이후 승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바로 올시즌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만약 이런 악재들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엔씨는 창단 첫 정규시즌 1위, 경남권 연고구단의 첫 정규시즌 1위를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악재속에서도 정규시즌 2위를 달성한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기가 끝나면 항상 홈팬에게 90도로 인사하시는 달감독님, 내년에도 꼭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문제는 포스트시즌이다. 전력상으로는 두산이 가장 앞서보이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엔씨의 업셋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우선 와일드카드전부터 보면 오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기아가 이겼다. 많은 전문가들이 엘지의 우세를 점쳤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기아의 승산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제께 밤에 페이스북에 친구공개로 올린 글이 있으니 의심하시지는 마시길.) 왜냐하면 최근 엘지의 흐름이 무척 하향세이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연승을 한 후유증은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있는데 올시즌 연승을 거둔 팀을 보면 대략적으로 2달 정도의 텀을 가지고 최하점을 찍었다. 엘지는 8월달에 드라마틱한 연승을 달렸으므로 현 시점이 그 후유증이 나타나는 시점인 셈이다.
기아가 5위로 잠실 원정을 가야하지만 어차피 잠실은 투수친화적인 구장으로 기아가 가진 약점인 약한 공격력도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고 본다. 선발 원투펀치의 무게감은 확실히 기아의 우세이고 그렇다면 기아의 업셋가능성을 개인적으로는 더 높다고 보는 편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김으로서 기아가 준플레이오프 진출의 7부능선은 거의 넘지 않았나 싶다.
기아가 올라오면 기아와 넥센의 대결이 될텐데, 상대전적으로 넥센이 너무 앞선다. 거기다가 기아의 수비력은 넥센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 시리즈는 넥센의 승리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익히 알려진대로 단기전은 수비의 중요성이 극대화되는데 엘지와 기아의 수비력은 대동소이하지만 넥센과 기아의 수비는 여러모로 차이가 많다. 거기다가 올시즌내내 계속된 기아의 넥센공포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측면에서 큰 경기에서 넥센을 만나면 여러가지 압박감의 형태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넥센의 우세가 예상된다.
그 다음 맞대결은 엔씨와 넥센. 올시즌 목표를 달성한 넥센과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엔씨의 대결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전하는 넥센과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엔씨. 승부령은 역시나 1차전, 2차전이 아닐까 싶다. 엔씨가 1차전, 2차전에서 긴장감을 이겨내고 원래 가진 실력만큼만 플레이를 한다면 엔씨가 우세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그리된다면 3차전, 4차전을 내주더라도 5차전에서 자연스럽게 엔씨가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을거라 본다.
최근 엔씨의 타선이 나쁘지 않다. 거기다가 2주 정도의 시간은 실전감각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적당한 휴식을 취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라고 본다. 이 시리즈의 관건은 엔씨가 얼마나 원래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엔씨 우세 예상.
구글 포토에서 만들어준 애니메이션
마침내 대망의 한국시리즈다. 선두 두산과 엔씨의 맞대결이다. 시즌내내 상대전적은 팽팽하게 맞섰다. 이 시리즈의 화두는 3가지다. 첫째 선발투수, 둘째 발야구, 셋째 클러치능력을 가진 베테랑. 단기전은 압도적인 선발투수를 가진 팀이 유리하다. 올시즌 내내 두산의 선발진은 최강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엔씨의 선발진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다. 시즌 막바지 부상으로 한달정도 결장한 스튜어트, 시즌 중반 두달정도 부상으로 결장한 해커가 본의아니게 구위를 회복했고 승부조작 의혹으로 2군에서 재충전한 이재학도 거의 2013년의 구위를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유희관은 어차피 잠실 반쪽투수이므로 니퍼트, 보우덴, 스튜어트, 해커의 선발대결이 팽팽하다는 결론이 나면 변수는 마산에서 열릴 3차전에 등판할 선발이라고 본다. 아마 장원준과 이재학의 대결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선발투수는 전체적으로 봤을때 역시 두산이 앞선다.
두번째는 발야구. 엔씨나 두산이나 투수력은 리그 1, 2위를 다툰다. 그렇다면 그만큼 장타가 안나온다는 이야기다. 한방이 안터지는 가운데 점수를 내는 루트, 단연 발야구가 중요해진다. 도루도 중요하지만 출루했을때 적극적인 리딩으로 투수를 흔들 수 있는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올시즌 내내 엔씨는 원래 가지고 있던 주루툴을 봉인한듯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원래 가지고 있는 주루툴의 능력만 다시 보여준다면 상대방 배터리를 충분히 농락할 수 있을거라고 본다. 발야구에서는 단연 두산보다 엔씨가 한 수위다.
세번재는 클러치능력을 가진 베테랑. 큰 경기일수록 극도의 집중력과 긴장감이 요구되는 순간, 베테랑의 한발이 중요하다. 2002년 마해영, 2008년 김재현을 굳이 뽑지 않아도 된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베테랑은 분명 팽팽한 이 두 팀간 대결에서 마지막 변수가 될 것이다. 이 롤에 해당하는 선수가 엔씨에는 이호준, 두산에는 이렇다할 베테랑이 현재 1군에 없다. 이 경쟁에서는 단연 한국의 데이비드 오티즈, 이호준이 앞선다. 어쩌면 김현수의 메이저 진출 후 가장 큰 공백이 될 수 있는 지점이 이 지점이 아닐까. 이 부분 단연 엔씨가 앞선다.
고로 올해 우승은 엔씨 다이노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