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으로서 가장 슬픈날은 바로 야구가 끝나는 날이다. 바로 오늘이 그날이었다. 어제 3차전을 보러가면서 2번 졌으니 한번은 이기겠지 생각했었다. 오늘 4차전을 보러가면서 3번 졌으니 한번은 이기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4번 하면서 1번도 못이겼다.
슬픈 날...4경기 38이닝 2득점. 두산이 잘해서 이겼다기 보다 엔씨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했다. 두산 선발진이 강하다고 해도 고작 이정도로 점수를 못낼정도로 엔씨는 약하지 않다. 두산은 엔트리에 등록한 12명의 투수중 고작 6명으로 시리즈를 끝냈다. 많은 투수를 불러내지도 못했다. 엔씨가 너무나도 참담한 게임을 했다.
애초에 타구의 질부터 두산과 엔씨는 달랐다. 두산은 빨래줄 같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로 외야 구석구석으로 공을 보냈다. 그래서 안타를 만들었다. 그런데 엔씨는 공을 퍼올리기 바빴고 그나마 공에 힘을 제대로 실은 것도 아니라 느릿느릿 날아가다가 수비범위 넓은 두산외야진에 공이 잡혔다. 테임즈는 시리즈 내내 퍼올리기만 하다가 엄청난 내야플라이를 양산했으며 4차전 9회말 솔로홈런으로 간신히 체면을 세웠다. 이종욱의 2차전 적시타 이후 두번째 득점.
근데 지금 생각하면 테임즈의 마지막 솔로홈런은 양의지가 원정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홈팬들에게 홈런을 보여주기 위해 볼배합을 그렇게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테임즈의 홈런을 빼면 사실상 시리즈 내내 엔씨는 고작 1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우리는 정말 한국시리즈라는 이름에 걸맞는 게임을 했는가.
시즌전 구상에서 이재학이 빠졌고 이태양이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위에 올랐고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한국시리즈에 도전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며 플레이오프를 통과했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서는 그에 걸맞는 경기를 보여주기 원했다. 왜냐하면 NC 다이노스는 선수 한명에게 의존하는 야구가 아니라 팀 전체가 강한 팀이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당장 조선의 4번타자라 불리는 모선수도 한국시리즈 무대는 밟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런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사실 3차전을 보고나서 시리즈의 향방은 결정났음을 알았다.
3차전 허경민의 9회 적시타는 새로운 왕조의 대관식을 보는 듯했다. 언론에서는 엔씨의 우승확률이 이제 0%가 되었다 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4차전을 다시 찾은 것은 그래도 한국시리즈인데, 지더라도 한국시리즈 다운 경기를 보여주겠지. 전쟁은 승패가 갈렸지만 그래도 전투를 1번은 이기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리즈전적 3:0, 4차전 스코어 8:1. 그리고 9회말. 마지막 순간의 풍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관중석에서 깃발을 흔들며 why not us 마분지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시리즈는 졌지만 올 한해동안 너무나 선수들이 수고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한국시리즈는 분명 아쉬움이 많은 시리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시즌은 돌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NC를 응원할 것이다. 사춘기 시절 급격한 성장은 반드시 성장통을 동반한다. 팀 다이노스는 내년에 한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NC 다이노스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 구단 임원진, 그리고 각종 지원하셨던 분들!
한시즌 내내 너무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그대들이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