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이제 누가뭐래도 잡스의 애플이 아니라 팀 쿡의 애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것이 바로 작명이었는데요, 잡스의 애플이라면 애플워치가 아니라 아이워치가 되었을 것이며, 애플페이가 아니라 아이페이였을 겁니다. 이제 아이 라는 작명을 떼고 그 자리에 애플을 붙이면서 잡스의 유산에서 팀 쿡이 벗어났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되네요.
인터넷 기사를 보면 대화면을 선택한 점을 들어 잡스의 색깔을 많이 덜어냈다고 하는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잡스가 살아있었어도 대화면 아이폰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미 하드웨어의 성능이 많이 올라와서 이전 제품과의 차별점을 주기 힘든 현 시점에서 애플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내고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몇가지 안되는 차별점 중에 대화면 채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잡스가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그 선택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거죠.
다만 잡스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점들이 팀 쿡의 애플에서는 몇가지 보이는게 다소 아쉽습니다. 잡스의 놀라운 능력중에 하나는 현실왜곡장이라는 건데요, 쉽게 한국말로 하면 공밀레라는 겁니다. 절대 현재 기술력으로는 안될것 같지만 잡스 앞에서만 서면 불가능한 기술이 가능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이게 제대로 작동하면 애플이 보여준 놀라운 혁신으로 이어지지만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아이폰4의 안테나 게이트 같은 사건이 터지는 거거든요.
위 사진의 절연테이프 디자인도 현실적으로 통신문제같은 것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잡스라면 저런 디자인으로 내놓지 않았을거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잡스라면 차라리 통신문제를 포기하고서라도 절연테이프 디자인으로 제품을 내놓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공밀레로 밀어붙이면 엔지니어들은 절연테이프말고 다른 디자인적인 요소로 구현해 냈겠죠. 그게 아이폰4 안테나 게이트 같은 문제로 이어졌을지 아니면 또다른 혁신으로 나타났을지는 모르겠지만 절연테이프 아이폰은 잡스시대의 아이폰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디자인입니다.
반면 실용주의자인 팀 쿡은 아이폰6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시간과 돈을 벌고 6S를 통해서 디자인적인 문제를 극복해 보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겁니다. 6S에서 저런 점이 극복되지 못한다면 그건 팀 쿡의 디자인적 취향이 일반인과는 많이 다르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겠죠.
애플페이도 잡스시절의 애플을 생각하면 다소 낯선 모습입니다. 잡스가 보여준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협상능력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현재 애플페이가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잡스시절 애플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다소 좀 지켜봐야할 여지는 있습니다. 팀 쿡의 애플과 잡스의 애플이 발표방식은 다르더라도 결과는 꽤 유사하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제 애플의 신제품에는 더이상 '아이'라는 말이 붙지 않습니다. 그걸 대신해서 '애플'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잡스의 유산에서 벗어나서 홀로서려는 애플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