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TV채널을 계속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영화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채널에서 멈추게 되었다. TV에선 여명과 증지위가 나왔던 것이다. 무간도 씨리즈를 정말 감명깊게 보았던 나로서는 그 두사람이 나오는 무간도3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무간도3에서 만나기전에 먼저 영화를 한편 찍었다니, 조금 놀랐다.
여명은 예전에 첨밀밀이라는 영화에서 본 얼굴인데, 선한 얼굴에 연기도 꽤나 잘하는 듯 보였다. 증지위는 무간도를 빛내주는 조연이라고나 할까? 주된 갈등구조는 양조위와 유덕화였지만, 증지위와 황추생이 보여준 갈등연기도 뛰어났다. 그 둘이 동시에 같이 나온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생긴 나는 그 프로그램을 계속 봤다. 그걸 다보고 나서는 바로 비디오점으로 달려갔다.
알고보니, 고잉홈은 중편영화였다. 쓰리라는 이름으로 묶인 중편영화였다. 앞에 김혜수씨가 주연을 맡은 메모리즈하고, 그다음에 태국감독이 만든 또 한 영화가 있었다. 나는 시간이 별로 없었고, 고잉홈을 빨리 보고 싶어서, 다른건 그냥 넘기고 바로 고잉홈을 봤다.
처음에는 약간 공포물 비슷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이후로 넘어가면서 멜로의 냄새가 강하게 베어난다. 간절히 깨어나기를 바라는 여명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었다. 끝에서 여자가 기적적으로 깨어나지만, 관속으로 들어가서 집을 떠나고 그걸 잡으려다 뛰어가다 차에 치여 죽는 여명의 모습. 애절한 모습이었다.
맨끝에 증지위가 보는 비디오에서 모든 비밀은 밝혀질때의 그 느낌.... 파이란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비디오를 보는 모습도 파이란과 조금 비슷한 듯 했고... 갑자기 노을의 노래 '인연'이 생각나는 듯 했다.
이 영화를 만든 진가신감독은 이런 얘기를 정말 잘 만드는 감독인거 같다. 첨밀밀도 생각해보면 대단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 보고 나니 갑자기 증지위의 아들은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디로 갔던 걸까?
사랑은 기적을 만들까? 아님 기적이 사랑을 만들까? 나는 그 물음에 답할 수 없다. 아직 사랑을 제대로 해 본 기억이 없어서이다. 장난같은 사랑말고 진짜 애절한 사랑. 이제 나도 사랑을 하고 싶은 걸까?
선택할 수만 있다면 난 살고 당신이 죽길 바래.
죽은 사람한텐 길고 긴 잠에 불과하겠지만
산사람한텐 매일 매일이 고통이잖아.
하느님은 우리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똑같은 고통과 병을 준건가 봐.
나도 곧 잠들 거야.
내 영혼이 내몸을 떠나지 못하게 해줘.
약속할게 나도 당신처럼 꼭
다시 깨어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