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처음 느낀 것은 역시 이곳은 MB의 고향이라는 것. 터미널 앞에 떡하니 MB아카데미라는 학원이 있었다. 어떤 도시든지 터미널이나 역앞에 있는 건물들은 그 도시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나는 서울역에 도착할때마다 옛날 대우빌딩을 보면서 서울에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포항터미널 앞에 있는 MB아카데미는 이곳이 MB의 고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포항의 내연산에는 보경사라는 사찰이 있다. 왠지 모르게 낯익은 이름이다. 뭐 어쨌든 포항터미널앞에서 510번 보경사 가는 버스를 타면 내연산으로 갈 수 있다. 버스를 탔는데 타자마자 여러번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첫번째는 전국에서 통용되는 후불버스카드가 이곳에서는 안 먹힌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시내버스임에도 불구하고 기사아저씨께서 너무나도 뽕짝을 크게 틀어놓았다는 사실이며, 세번째는 시내버스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처럼 다음 내릴 곳을 안내하는 전광판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510번을 타고 한시간 정도 가면 이 버스의 종점인 보경사에 도착한다. 보경사에 도착해서 내연산을 올라가는데, 보경사 사찰에서 길을 막고 통행료를 받고 있었다. 보경사에는 안들어갈 것임에도 불구하고 성인 2500원의 요금을 내야 했다. 더구나 카드도 안된다. (비과세라서 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지?) 아직 세상엔 부조리한 곳들이 많이 있다.
내연산을 올라가니 폭포가 참 예뻤다. 연산폭포라고 적혀있었는데, 아마도 연산군이 여기서 놀았던 역사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단순 추측이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곳이다 싶었더니 영화 '청춘'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하는 그 폭포였다. 어쩐지 낯이 익었다.
내연산을 등산하면서 이상하게 등산로가 계속 계곡으로만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가 빨치산도 아닐지언정 왜 이렇게 계곡으로 들어가나 싶었더니 폭포때문이었다. 폭포는 죽였지만 계곡으로만 타고 올라가는 등산로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돌아오는 시간을 생각하니 정상까진 도저히 무리였다. 그래서 정상까지는 올라가지 못햇다. 다음에는 계곡으로 타고 올라가는 등산로말고 바로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찾아볼 생각이다.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산을 타기에 최고의 계절이자 최악의 계절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