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폰은 과연 어떤 폰일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내놓았다는 윈도폰에 대한 호기심에 루미아 710을 구매하였다. 루미아 710은 1.4기가 싱글코어 스냅드래곤 2세대를 사용하고 3G전용이며, KT에서만 발매하였다.
첫인상은 매우 좋았다. 메트로 UI를 착용하고 있는데 위에 있는 초기화면에서 가만히 있으면 칸막이 안에 있는 애니메이션이 자유롭게 움직인다. 마치 타일 하나하나가 살아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저 상태에서 문자나 부재중전화가 오면 숫자가 하나씩 올라가면서 카운터가 올라간다.
액정은 조금 실망스러웠는데, 누런끼가 확연히 드러났다. 오른쪽 핸드폰은 인크레더블S인데 인크와 비교했을때 누런끼가 너무 드러났다. 약간 액정이 저질인 것 같았다. 전에 써봤던 스트릭 액정과 비슷한 느낌이다. 낮에는 누런 액정이 별로 티가 안나는데 밤이면 저 누런 액정이 티가 많이 난다.
루미아 710은 보급형으로 루미아710과 함께 고급형인 루미아800이 출시된 걸로 알고 있다. 루미아800은 아몰레드 액정을 쓰고 있다고 한다. 루미아710보다 루미아800에서 액정은 더 강화된 것으로 짐작된다.
인터넷 서핑의 움직임은 만족스러웠다. 터치이후의 반응이 빠르고 부드러웠다. 탭 사이를 이동할때의 움직임도 부드러웠으며, 가로전환할때의 움직임도 만족스러웠다. UI적인 측면에서는 하드웨어 버튼 중 뒤로가기 버튼이 특히 유용했다.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면 안드로이드 처럼 어플 내에서 뒤로가는 것이 아니라 전에 실행시킨 어플들로 돌아가는 방식이라 멀티태스킹을 하는데에 있어서 유용했다. 폰을 조금만 만져봐도 윈도폰이 상당히 잘 만든 운영체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노키아 루미아710으로 촬영한 사진. 윈도우폰 기본 카메라 어플을 사용하였다.
카메라 기능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인크레더블 카메라가 워낙 좋았던 측면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정도의 수준은 실망스럽다. 특히 노키아의 카메라가 여태껏 좋았던 측면을 생각하면 더 실망스럽다. 전에 썼던 6210의 300만화소 카메라 보다도 못한 느낌이다.(500만 화소임에도 불구하고...) 루미아 시리즈가 카메라 기능은 앞으로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평
윈도폰을 써본 결과,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루미아710은 기계자체가 보급형 기계이기에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윈도폰 자체만 보면 꽤나 흥미있고 장래성이 보이는 운영체제였다.
그러나 윈도폰에도 가장 큰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너무나도 부족한 어플의 숫자이다. 당장 마켓플레이스에만 가도 이른바 필수어플이라고 불리우는 지도어플도 없다. 한국지도라고 해서 다음지도의 웹페이지를 읽을 수 있도록 한 어플은 존재하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상당히 부족하다. 당장 안드로이드의 네이버지도만 해도 단순 지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 길찾기, 버스도착시간 알림 같은 기능들이 한 어플에서 통합적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윈도폰에는 그것들을 다 따로 찾아야 하며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윈도폰이 늦게 나온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윈도폰이 갤럭시S가 나오기 전인 2010년 초반에만 나왔어도 지금과 같은 참담한 결과는 아니였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영체제 자체의 경쟁력만 보면 분명 안드로이드보다 윈도폰이 더 나아보인다. 그렇지만 안드로이드폰 같은 경우에 이미 상당부분 진화가 이루어져서 운영체제 자체의 완성도는 다소 낮더라도 그런 측면을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보완하여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윈도폰이 보여주는 움직임에 비해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이미 안드로이드는 생태계 자체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어플들이 사용가능하고, 스마트폰의 활용성이 결국 어떤 어플을 사용할 수 있는 측면에서 결판된다라는 것을 감안하면 안드로이드와 윈도폰은 너무 격차가 커진 느낌이 든다.
마치 세가 새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64가 맞붙었던 90년대 비디오게임시장을 보는 듯하다. 성능만 따진다면 닌텐도64가 가장 좋았지만, 가장 늦게 나와서 이미 시장의 대세가 정해진 상태에서 큰 선전을 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기억이 있다. 내 생각엔 윈도폰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다른 가능성도 보고 있는데 그것은 이 윈도폰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흔히 물량앞에 장사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세계 PC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기업으로 전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운영체제와 오피스프로그램의 수입이 어마어마한 회사이다. 이 회사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여 공격적으로 기계를 뿌리고 운영체제를 뿌린다면 결과는 다소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닌텐도는 어떻게든 기계에서 이익을 보고자 하는 철학을 가진 회사이므로 마소와 같은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하지 않았다고 보고 그것이 결국 닌텐도64의 패배를 가져왔다.(닌텐도64의 패배에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었다고 평가되는 스퀘어의 FF7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출시 같은 것도 닌텐도가 좀 더 공격적으로 스퀘어를 잡았다면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르다. 이미 실패할 것이라 예견됐던 엑스박스때도 엑스박스360의 출시로 비디오게임시장에서 대선전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윈도폰도 충분히 역전의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IT매니아의 입장에서는 윈도폰도 선전하길 빈다. 서로 경쟁하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그 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좀 더 살기좋은 곳으로 변화시킨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