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야당이 이번 총선을 치루면서 내세운 프레임을 비교적 간단했다. 야당은 정권심판론 프레임이었고, 여당은 박근혜 프레임이었다. 지난 뉴스를 회고하면 이 두 프레임은 아주 간명하게 드러난다. 여당 선거유세장면에서는 하루라도 박근혜가 안나온적이 없으며, 야당의 선거유세장면에서는 하루라도 이명박이 언급되지 않은 적이 없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라는 인물 하나로 선거를 처음부터 끝까지 치뤘다.
근본적으로 의석을 판단할때 영남은 67석이고 호남은 30석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영남을 지역기반으로 삼고 있는 새누리당이 유리한 측면이다. 그래서 단순 의석수만 가지고 총선의 승패를 보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승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주요지점들이 있다. 난 그 지역들을 총 4곳으로 본다.
첫번째 지역이 서울이고, 두번째 지역이 경기도와 인천이다. 그리고 세번째 지역이 강원도와 충청권이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곳이 바로 부산과 경남 중 일부인 낙동강벨트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이다. 네번째 지역은 항상 새누리당 일색의 지역이었으므로 이전까지만 해도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지역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야권의 유력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출마하고 그를 따라서 김영춘, 문성근 등 야권의 유명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에 여야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결과를 보자. 서울은 더블스코어 차로 야권의 승리로 볼 수 있다. 경기도와 인천은 민주당이 조금 앞선 측면이 있으나, 그야말로 조금 앞섰다고 볼 수 있고 사실상 백중세라고 보는 것이 옳다. 강원도와 충청권은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마지막 낙동강벨트는 김영춘이나 문성근 둘 중에 한명만 당선이 되었어도 야권과 야권의 백중세 혹은 야권의 승리라고까지 볼 수 있는 입장이었으나 문재인 혼자 당선됨으로 인해서 사실상 야권의 패배라고 보는게 맞을지 싶다. 그럼 결과가 나온다. 야권 1승 1무 2패, 여권 2승 1무 1패. 여당의 승리다.
이 선거결과는 이렇게 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야권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이 먹혀들었고 경기인천은 정권심판론이 먹히면서도 박근혜 프레임이 먹혔다. 하지만 나머지 강원충청, 낙동강벨트는 박근혜 프레임만 먹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왜 서울에서는 정권심판론이 먹혔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이 정권심판론이 잘 먹혀들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원인을 박원순 서울시장에서 찾고 싶다. 나머지 지역과 달리 서울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기 때문이다. 저번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박원순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을 탄생시킨 경험을 가진 서울시민들은 정권을 심판해서 권력을 교체하면 우리 삶이 이런 식으로 변화한다는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에반해, 강원충청, 낙동강벨트는 정권교체의 효과에 대해 몸소 체험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정권을 심판해야되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야당을 지지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반면 서울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체험효과로 정권심판이 곧 야당을 지지해야하는 이유로 이어진 것이다. 나는 이 차이가 서울에서만 정권심판론이 제대로 먹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바로 문재인의 사상이다. 문재인을 당선시킴으로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정치를 만나게 된 사상주민들에게 문재인이 권력교체의 효과에 대해서 어떻게 체험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이것이 정권심판론이 야당지지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지점이다.